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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곽 Oct 24. 2024

나는 (살기 위한) 초보 명상가!

명상 초심자의 명상 이야기와 SNS 디톡스를 통한 마음 돌봄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라고 했던가. 하지만 내가 수술을 마치고 정신 차리고 건강을 회복하려고 했을 즈음 한의사인 친오빠는 "건강해지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몸과 마음 그리고 음식. 사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을수록 코끼리가 생각나지 않냐. 그러니 우선적으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노력해야 한다. 음식을 정갈히 먹는 것? 할 수 있는 일이다. 몸을 건강하게 단련하는 것? 역시 할 수 있는 일이다. 두 가지를 먼저 시작해라"하고 조언해 줬다. 타당한 말이었다.

 

  암환자들의 자연치유 서적을 읽다 보면 암환자들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물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고, 요즘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겠냐만은. 그렇게 오빠의 조언대로 운동을 하고, 좋은 재료로 건강하게 집밥을 해 먹는 것을 먼저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식습관과 운동습관이 잡히자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 위한 노력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 건강도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것이지만 쉬면서 나를 돌아보다 보니 내 성격이 조금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성격도 조금 고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마음을 돌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첫째는 명상이었다. 사실 아기를 낳기 전에도 코끼리라는 명상 어플을 통해서 명상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그 어플의 주 명상가로 활동하던 어떤 스님이 사회적 이슈로 빠져나가고 한동안 어플이 어수선해지면서 내 명상 활동도 흐지부지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꾸준히 명상을 했으면 조금 더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스치지만 이번에 일어난 일처럼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뭐 또 그렇게 열심히 했을 것 같지 않기도 하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파는 거라니까. 아무튼 마땅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오랜만에 그 어플을 다시 설치해 봤다. 다행히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그 명상 어플은 다시 좋은 명상 시스템이 자리 잡힌 것 같았다. 여러 명의 명상가들이 돌아가면서 일일 명상을 남겨주는 방식이었다.

  눈을 감고 차분한 목소리에 몸을 맡긴다. 앉아서, 때로는 누워서 숨을 크게 들이쉰다. 하나, 둘, 셋. 어깨에 힘을 풀고 바른 자세를 취한다. 명상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로 새겨듣는다. 듣다 보면 숨을 깊게 쉬게 되고, 심장 박동이 서서히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피가 가 닿는다. 언뜻 잠이 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아기를 낳고 잠을 푹 제대로 잔 적이 없던 것 같다. 잠이 오면 잠이 와닿는 대로 그냥 까무룩 잠이 든다. 눈을 떠보면 내 몸에 흐르는 맥박의 소리가 들린다. 개운하다. 그저 10분 정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생각해 보면 바쁜 현대인들은 하루 10분 정도의 멍한 시간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잠깐의 짬이나 여유가 생기면 눈과 손이 금세 휴대폰으로 향했던 것 같다. 몇 차례의 명상을 통해 갑작스레 느낀다. 아, 휴대폰을 줄여야겠다.


  그래서 마음을 가꾸는 방법으로 찾은 두 번째는 휴대폰 줄이기다. SNS는 잘 활용하면 득이 되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다. 문제는 특유의 중독성 때문에 좋은 쪽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 역시 공동구매로 물건을 저렴하게 산다든지, 맛있는 요리 레시피를 얻는다든지, 혹은 육아 인플루언서에게 좋은 육아 팁을 얻는다든지 하는 목적으로 SNS를 끊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필요한 정보만 얻으면 다행일 텐데 그렇지도 않고, 한번 SNS를 켜면 이 쪽 저 쪽으로 새기 일쑤이고, 틈 날 때마다 들여다보게 되니 머릿속이 온통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정보, 정보, 정보!!!!'들로 가득했다. 특히 나는 눈 건강도 좋지 않은 편인데 조그만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눈도 머릿 속도 점령당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퓨즈를 잠깐 끊어내주는 것이 명상이었다. 명상이란 결국 생각을 없애는 것인데 내 머릿속에는 온통 몇 분 훑어봤을 뿐인 SNS계정의 정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고 SNS에서 얻는 중요한 정보들도 끊어낼 수는 없어서 차선책을 고안했다. 예전에 쓰던 공기계 휴대폰에 SNS어플을 설치해 두고, 현재 내가 실제로 쓰는 핸드폰에서는 삭제하는 방법! 그리고 SNS 사용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만 공기계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일어나기 전 아침시간에만, 불가피할 때는 아이가 잠들고 나서 잠시 동안만 SNS를 보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고 나서 생긴 변화는 놀라웠다. 예전에 아기를 재울 때는 재우면서 머릿속으로 온갖 딴생각을 하느라 아기 재우는 시간이 훌훌 잘 갔는데, SNS를 줄이고 나서 며칠 뒤부터는 누워서 아이를 재우면서 아무 생각이 안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를 재우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이건 장점이 아닌가? 아무튼 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던 생각들은 다 SNS에서 본 정보의 단편들이었던 것 같다. 워낙 영상이 팍! 소리가 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정보들이 스치고 지나가니 머릿속에서도 계속 그 정보들이 돌고 돌고 맴돌았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사실 들어온 정보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 텐데 그러다 보면 정말 앉아만 있어도 기운이 빠진다는 게 그런 거 아닐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머릿속은 계속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SNS를 줄이면서 얻은 또 하나의 효과는 바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 경쟁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같다. 나도 SNS에 뭔가를 올릴 때는 멋지고 즐거운 경험만 올리듯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 그러할진대 막상 SNS를 보면 그런 배경까진 떠올리진 못하고 다들 잘 살고 있는 모습에 뭔가 나도 저런 걸 따라 해야겠다, 부럽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SNS를 줄이니 정신 건강이 플러스 알파로 따라 왔다.


  현재까지 내가 마음을 돌보는 활동들은 이 정도다. 적당한 명상과 휴대폰, SNS 줄이기. 사실 호흡법을 통한 마음 편안히 갖기 등도 연습하고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서 글로 적을 정도는 아니다. 조금 더 훈련이 되면 공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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