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와 내러티브, 베조스의 청사진 -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을 읽고...
메모(Memorandum) : 포스트잇 등에 쓰는 간단한 내용이 아닌, 특정 문제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 관련된 사람이나 그룹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짧은 서면 보고서
내러티브(narrative) :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해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요즘,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 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목표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묘한 우연으로 이전 회사의 선임이었던 멘토로부터 책 한 권을 소개 받았습니다. 추천 받은 책은 베조스의 청사진,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이라는 자기계발 서적이었습니다. 책을 펼치고 바로, 서론에서 'Amazon의 CEO 제프 베조스가 2004년 파워포인트를 금지하고 메모와 내러티브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지시했다'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곱씹을수록 서론의 첫 문단이 핵심이었음을 느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메모와 내러티브는 그림과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보고하는 기술과 대비되어, 글을 이용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다른 이에게 의사(意思)를 전달하고자 사용한 오래된 방법이지만, 그 의미를 넘어 간단한 단어, 간결한 문장, 명확한 설명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의도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제 생각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경험을 전하고 싶을 때는 목차를 나누어 장편의 글로 써보기도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낸 제 생각을 전하고 싶을 때는 A4용지 1~2장 정도의 짧은 글로 작성해보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는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또 발행했던 글을 다시 읽고, 고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에 귀기울였습니다. 잘 썼다고 생각했던 글은 오히려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읽는 사람마다 단어를 다르게 이해하고, 문장이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섬뜩하면서 번뜩이는 경험이었습니다. 잘 쓰고싶은 욕심이 불타올랐습니다. 서론에서 말한 메모와 내러티브의 의미를 되새기며, 매일 퇴근 길 1시간씩 지하철 한 켠에 움크리고 한 장씩 책을 넘겼습니다. 책은 '쉬운 단어', '간결한 문장', '능동태와 수동태의 차이', '강한 동사와 약한 동사', '비유'등 여러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비록 설명을 위해 영어 문장을 활용했으나, 여러 예시를 보며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간결하게 문장을 쓴다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러 배경지식과 부연 설명이 길어지게 되면, 문장은 길어지고 피로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또, 문장이 짧더라도 어려운 단어가 나열되면 마치 전문서적을 읽는 듯했습니다. 때문에 가능한 쉽고 간결하게 글을 쓴다면, 읽는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능동태와 수동태는 영어를 공부하며 많이 봤던 단어입니다. "나는 A서비스를 개발했다." 같은 능동태를 쓰는 것이 "A서비스는 나를 통해 개발되었다."처럼 쓰인 수동태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문장이 길어지지 않고, 빠르게 이해되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기도 좋았습니다.
'빠르게 걸어갔다'가 아니라 '달려갔다', '강하게 말하다'보다는 '소리치다'처럼 부사에 의존하지 않는 강한 동사를 사용해보려 노력했습니다. 나아가 강한 동사를 쓰기 위해 느낀점을 비유에 담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록 좀 더 부드럽고 읽기 쉬운 글이 되는 효과를 경험해보았습니다.
저는 글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속도 역시 느립니다. 하지만 책의 도움을 받으며, 어떤 점이 부족하고 보완돼야 할지 고민하는 재미를 알고 나게 된 후로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씩 성장하며 제 경험과 생각을 표현해보는 여정을 계속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