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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May 18. 2024

직장인이라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

Job-念(잡념)

부장님 주도하에 또 번개 회식이 잡혔다. 참석 의사를 물어보는 메일을 돌린다. 우연의 일치일까. 직원 대부분이 오늘 마침 저녁 약속이 없다고 한다. 높은 참석율에 기분이 좋아지신 우리 부장님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고 다시 한번 '자율 참석' 임을 강조하신다. ‘개인 일정이 있으면 편하게 일을 보셔라.’ 부서원들은 웃으며, 너스레를 떨며 정말 선약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부장님이 자리를 비우자 다들 달력을 수정하거나 메신저를 붙잡고 누군가에게 급하게 연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 000 씨는 불참이네요?


팀장이 묻는다. 


- 급한 일정이 있어요?


불참의 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자율 참석 아니라고 되묻고 싶지만 말싸움이 이어질 것 같아 그냥 불참 이유를 솔직하게 얘기한다.     


- 네. 오늘은 운동을 가야 해서요. 다음에 시간 된다면 참석하겠습니다.     


참석을 직접적으로 강요하진 않지만 언짢은 표정이 그대로 팀장의 얼굴에 드러난다.


- 000 씨는 건강을 열심히 챙기네. 장수하겠어.


- 그럼요. 누가 대신 제 몸을 위해 운동을 해줄 수는 없잖아요. 빼먹지 않고 잘 챙겨야죠.


이렇게 얘기하고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대체할 인력이 존재한다. 회식 자리에 내가 없어도 사람들은 충분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건강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누가 대신 아파 줄까?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회식 자리에서 선후배들과 네트워크를 쌓거나,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해도 건강을 해치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소중한 것을 옆에 두고도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건강도 그 소중한 것 중 하나다. 우린 아프기 전까지 내 몸이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술자리와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빠르게 우리 몸을 갉아먹는다.


사업자는 궤도에 오르면 노동 없이도 시스템이 돈을 벌어다 주고 전문직은 잠시 노동을 쉬어도 어느 정도 재취업이 보장된다. 그러나 직장인은 노동에 투입하는 시간만큼 돈을 받고, 회사를 나오거나 쉬면 재취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건강’을 가장 1순위로 지켜야 한다.


밀려드는 일, 업무를 미루는 선후배, 불편한 회식자리, 갑갑한 조직 문화에 치여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잠시 모든 걸 멈춘다. 그리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내 건강이 먼저다.'이 말을 되뇐다.


그러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행동해야 할지 명확해진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생각보다 단순한 진리에 정답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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