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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Dec 14. 2023

회사는 응급실이 아니다

Job-念(잡념)

회사에서 어떤 일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어버려서 기한이 지나거나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발견할 때. 혹은 내가 주 담당자로 일을 끝내고 상사의 결재까지 받았는데 나중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어 앞으로 그 일과 관련된 큰 문제가 생길 것이 확실할 때. 우리는 이럴 때 속된 말로 ‘아 x 됐다’라고 생각합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심장은 쿵쾅 거립니다. 다른 일은 제쳐두고 그 일을 먼저 처리하려 하지만, 이미 멘탈은 붕괴되었고 초조함과 불안감에 자꾸만 실수하게 되죠. 집에서까지 그 일이 생각나 밥이 넘어가지도 않고 밤에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아마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뛰어난 직원이 아니라 여러 번 겪었습니다. 근데 하루는 한 선배님이 제가 위와 같은 상황에 ‘큰일 났습니다 차장님 어쩌죠?’라고 크게 한숨을 쉬며 불안해하자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기는 응급실이 아닙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니니 그렇게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차분히 해결하면 됩니다.

- 마치 영화의 한 대사 같은 말이지만, 실제로 'a.k.a 명언 제조기 차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묘하게 위로와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래, 응급실도 아니고 전시 상황도 아닌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낙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해결하자. 그래 봤자 회사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차분하게 실수했던 일을 바로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는 응급실이 아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시는 의료진이나 재난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소방대원,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 등 실제로 매일 사람의 목숨이 걸린 업무를 맡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러한 분들의 막중한 책임과 그로 인한 부담감은 저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며 이런 분들에게는 위와 같은 마음가짐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대상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업무를 하고 계시는 직장인 분들입니다. 우리 모두 실수 없이 완벽하게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직장인은 기계가 아니고 (그 기계도 0.x%의 확률로 오차, 즉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데!)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를 했다면 중요한 것은 이를 해결하는 것과 그리고 다시 그 실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차분함과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내 실수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을 때, 멘탈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때 다음과 같이 마음가짐을 다스려 보면 어떨까요? 


‘회사는 응급실이 아니다. 여기는 재난현장이 아니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해결하자.’


무책임하게 내 실수를 아무것도 아닌 척 무마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와 앞으로 겪게 될 문제들을 확대해석하여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는 얘기입니다.



일은 우리 인생에서 유리공이 아닌 고무공이다


코카콜라의 전 CEO 브라이언 다이슨(Brian G. Dyson)은 조지아텍 졸업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인생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나)이라는 5개의 공을 저글링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중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으로 되어 있어 떨어트리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지만, 나머지 공은 떨어트리면 깨지는 유리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서 일은 중요하지만 결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이슨의 '고무공'이라는 표현처럼 실수해 떨어트리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다시 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죠. 일이라는 공을 떨어트렸다고 낙담해 있다가는 나머지 더 소중한 가치마저 깨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직장인 여러분 우리 모두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맙시다. 불안함과 초조함보다는 일의 탄력성을 믿고, 회사는 응급실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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