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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명씨 Mar 16. 2024

내가 죽는 상상


첫 시작은 이십 대 초반이었다.    

 

방안의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청하면 자연스레 내가 죽는 상상을 했다. 특별한 계기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다. 그냥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처음은 단순했다. 옆에 있는 저 옷장에 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라던가 어디 높은 곳에서 철퍼덕 떨어져 있거나 이런 거?      


진짜 실행에 옮긴다거나,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일상에 지장을 주는 건 절대 아니었다. 물론 우울증이란 건 직시하고 있었다. 치료를 받으면 좋았겠지만 가난한 학생에게 정신과 상담은 비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더 우울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어린 시절 한때였냐고? 그럴 리가. 잠들기 전 잠깐 하던 상상은 습관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지경에 이르기 일쑤였다. 뚜렷한 원인은 없었다. 그저 ‘나는 우울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라며 합리화를 할 뿐이었다.   

   

한 번은 이유가 명확했다. 직장과 직장 사람이었다. 그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죽었다. 출근길엔 열차에 치였고, 업무 중엔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했고, 밤에는 집에서 뛰어내렸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싶었다. 그래서 퇴사했다. 다행히 문제를 제거하니 우울증과 함께 죽음에 관한 생각도 사라졌다. 한동안은 그랬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냐고? 그럴 리가. 내가 상상하는 나의 마지막은 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이는 숨 쉬는 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것처럼 그저 아무렇지 않은 내 일부가 되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저 사람 정상은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은 죽고 싶다거나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그냥 이게 나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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