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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Jul 02. 2024

<동백꽃> 은 생각보다 사랑스럽다

중학교 2학년의 국어 기말 지문으로 바라본 동백꽃

이번 1학기 기말고사 때는 ‘동백꽃’ 이 국어 범위에 들어갔었다.

예전에도 읽은 적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감자를 거절당해 별짓거리 다 하는 소녀와 굉장히 무기력한 소년의 이상야릇한 사랑 문학 정도로 기억했던 듯하다.

이렇게 반응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필자가 김유정이라는 작가를 이상의 단편 소설 ‘김유정’으로 처음 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기억한 김유정 작가는 몸이 허약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있는 요즘 말로 하자면 열정 있는 그런 사람이었던 듯하다. 근데 동백꽃은 왜 그렇게 해석했느냐? 하면 솔직히 이상이랑 구보를 들어보았고 이들과 연이 있는 작가인 김유정을 추측해 보자면 그런 느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구차한 변명을 써본다.


서론은 이쯤 하고, 현재의 시선에서 바라본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을 이야기해보자.


‘동백꽃’ 하면 대표적으로 다들 떠올리는 점순이와 감자가 있을 것이다. 점순이의 애정 표현이자 갈등의 시작인 구운 감자. 다들 이 감자에만 집중하는데, 물론 이야기의 서막이자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나는 점순이의 다른 부분에 좀 더 눈이 갔다.


이야기 초반 점순이가 주인공에게 말을 걸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물론 그렇게 비중 있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나는 여기서 김유정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풋풋한 사랑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하략)


<동백꽃> 중



여기서 이 2번째 문장이 나는 그 어설픈 사랑이 너무나도 기꺼웠다. ‘나’에 대한 애정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입을 틀어막고 자그맣게 쿡쿡대는 어린 첫사랑의 흔적이 참 귀여웠다. 웃음이라는 게 귀만 있으면 들리는 것을 틀어막는다고 안 들릴 리가 없는데… 이렇게 대충 막아버린 웃음이 더더욱 순박한 사랑을 잘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좋았다.


또 이렇게 다 티 나는데 저만 모르는 주인공도 참 웃겼다. 이런 어수룩한 성격이 작품을 해학적이고 순수하게 만든다고 했다. 참 사실인 것 같다. 하긴 점순이 마음을 알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겠는가? 교과서에 실리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암암리에 떠도는 연애소설이 되었겠지.. 그리고 사랑은 원래 이렇게 답답한 맛이 있어야 더욱 달아지는 법이다. 그 애정을 어렴풋이 깨달았을 때 나오는 그 뚝딱거림과 미묘한 감정.. 그 감정을 나타낸 게 바로 마지막 동백꽃밭 장면이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동백꽃> 중



이 문장이 바로 그 애정을 어설프게 깨달은 이야기의 결말, 사건의 해결이다. 픽 쓰러질 때마저도 무엇에 떠다 밀렸는지, 점순이가 왜 그러는지 모르다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이 문장이 나오면서 비로소 주인공이 점순이로부터 받은 애정, 사랑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이 순수하고 서정적인 사랑을 동백꽃에 비유한 게 정말 알맞은 비유가 아닐 수 없겠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묘사도 정말 서정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졌던 게 동백꽃의 그 알싸하고 향긋한 애정이 점순이에게서 받은 것이라는 것과 그에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아찔하였다는 게 첫사랑에 대한 풋풋함과 처음 사랑을 느껴볼 때의 마음이 쿵 가라앉는 묘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여기까지 쓰면서, 김유정 작가는 세심한 묘사와 감정선이 참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해석을 읽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 분위기와 의미, 고전문학이 왜 고전문학인지 알려주는 깔끔한 이야기라는 게 잘 느껴졌다. 다들 한국 고전문학 하면 이런 작품들을 먼저 떠올려 줬으면 한다. 그러다 ‘달밤’, ‘수난이대’ 같은 작품도 읽고 서서히 우리 고전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더더욱이 나 같은 학생이라면.


그럼 픗픗한 사랑 이야기 <동백꽃>과 김유정 작가를 바라본 중학교 2학년 기말고사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는 이만 여기서 끝맺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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