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에도 계절은 돌아온다.
코 끝이 살짝 시린 아침이면
나는 가장 먼저 계절의 숨결을 떠올린다.
언제부턴가 가을은 온전히 나를 바라보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계절이 되었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기 전 가장 찬란한 순간을 건넨다.
사라져 갈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빛을 아끼지 않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는 끝이라고 말할 그 순간에 오히려 가장 아름다워지는 계절.
그 배짱과 담담함을 우리는 매년 바라보며 조금씩 배우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을 올려다볼 틈도 없이 현실에 치여 마음이 바싹 말라 가는 시기가 있다.
감정의 온도는 이유 없이 툭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조용히 금이 가는 순간들.
어쩌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지나가는 기온 변화 같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계절에도 언젠가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걸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낮은 온도에 멈춰 서 있는 듯해도 삶의 그래프는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다시 봄 쪽으로 기울어간다는 것을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이 가르쳐주었다.
가을은 그래서 더 깊다.
낭만과 설렘이 가라앉아 흐르듯 스며들고 흔들림마저 하나의 색이 되는 계절.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고, 지금의 온도가 전부가 아니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시간.
언젠가 다시, 여유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나는 오늘의 흔들림을 이해하며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올해의 가을도 그렇게 지나간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마음을 데우며.
내년에 다시 만나자. 서로 조금씩 달라진 온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