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뭔지, 혹시 눈치채셨나요? 맞아요! 자기소개서예요. 자신을 알리는 글이기도 하지만, 워낙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어떤 지점을 꺼내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면에선 자소서야말로 진정한 ‘자소설’이 아닐까요?^^
대학 새내기 시절,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처음으로 썼지요. 그 시절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저를 뽑았던 담당자의 말은 기억나요. 제목이 ‘향이 나는 자기소개서’였다고, 정말 자기소개서에서 향이 나는 거 같았다고, 그런 자기소개서는 처음 보았다고. 제 이름에는 ‘향’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잖아요. 참 활용하기 좋은 예쁜 글자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언제 태어났고,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성격은 어떻고 하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능력 어필에 더 힘을 싣는다고 해요. 저는 사실 막내 작가 시절 이후 자기소개서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메인 작가가 되어서는 함께 일할 작가들을 뽑기 위해 남들이 쓴 자기소개서를 읽어보긴 했지요. 그런데도 자기소개서가 참 낯설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 보니,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냥 이력서만 받아볼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력서와 함께 자기소개서를 보내면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글이든, 쓰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니까요.
마흔 중반을 넘어선 사람의 자기소개서엔 어떤 말들이 담길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자기소개서보다는 ‘자소설’이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세상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읽는 사람이 바라는 쪽으로 글을 쓰게 될 테니까요. 어딘가 제출할 용도가 아니어도 한참을 열심히 달려왔다면, 중간 어디쯤에서 한 번쯤 자기소개서를 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삶을 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인 작업일 테니까요.
저는 22년을 방송작가로 정신없이 살아왔습니다. 방송작가, 라고 하면 아직도 사람들은 저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다음에 갖게 될 직업은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는, 그런 일이길 바라봅니다. 제 얘기보다는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으니까요. 그럼 얼른 이야기 사냥을 떠나 볼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