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 있는 국제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참관 수업이 있었다. 주제는 공룡.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부모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아끌며 자신이 아는 것을 열심히 설명했다.
오늘의 활동은 공룡 화석 캐기였다. 모래 속에서 조심스럽게 뼈를 발굴하며, 마치 고고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지는 활동은 학교 곳곳에 숨겨진 QR코드를 찾아 공룡 문제 풀기. 아이와 함께 공룡에 관한 문제를 풀면서 대화를 나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업의 분위기였다.
자유롭지만 흐트러지지 않았고,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정해진 정답을 찾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부모로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아이들이 무대에 섰다. 노래, 시 낭송,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공연을 보러 간 날, 무대에 오른 아이들의 모습은 조금 특별했다.
화려한 무대 의상도, 완벽하게 맞춰진 군무도 없었다. 단정한 흰색이나 검은색 옷에, 간단한 장식만 더한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신나서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수줍어하며 율동을 따라 했다.
예전, 한국에서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가 떠올랐다.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오랜 시간 연습한 공연을 완벽하게 선보였었다. 이곳의 공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억지로 연습시키지 않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처럼, 아이들은 자유롭게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그래서 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참관 수업에서 보았던 적극적으로 배우는 아이들, 무대에서 만났던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배움이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임을...
표현이란,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