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녔던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의 학부모 상담은 한 학기에 한 번 진행되며,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의 학습과 학교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상담은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10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더 깊은 대화를 원한다면 이메일을 통해 추가 상담을 요청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짧은 상담 시간으로 인해 아이의 학업 내용과 학교 생활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 국제학교의 학습 방식은 숙제가 많지 않고 행사가 자주 열려, 마치 아이가 학교에 놀러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상담에서 선생님께서 아이가 수업 시간에 사용한 영어와 수학 노트를 보여주시며 학습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그제야 아이가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첫 학부모 상담에서 선생님은 아이가 수업도 잘 따라가고 있고, 학교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영어 노트에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 순으로 그림을 다시 배열한 후,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수학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개념을 익히는 연습을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프라이머리 과정 동안 학년별로 만났던 대부분의 선생님은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숙제에서도 정답 여부보다는 아이의 노력과 태도를 중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숙제를 제대로 봐주지 않고 칭찬만 하는 것 같아 의아했다. 하지만 저학년 동안 스스로의 노력과 배우려는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덕분에, 아이가 영어를 못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학교가 아이들의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수업 태도가 좋지 않으면 선생님의 지적을 받게 되고, 변화가 없다면 초등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된다. 이후 다시 교실로 돌아와 수업을 이어간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학습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 학기 학부모 상담을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것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선생님께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수록 선생님도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 믿었다. 또한, 많은 선생님들이 언어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담에 참여하려는 부모의 노력 자체를 고맙게 여겼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결국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부모 상담은 단순히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학습 방식과 학교 생활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학교의 교육 철학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