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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by 정은 Apr 01. 2025

말을 아끼고 싶을 때 보통 "글쎄...."라고 대답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답니다. 물론 상대방 의견에 동조할 때에도 "글쎄 말이야" 하지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쩐지 속에 담아놓아야지만 계속 편할 것 같은 말들은 모두 "글쎄"라는 이름을 붙인 나의 상자, 나의 보관함에 저장해 놓아요. 한 번 봉인하면 나중에 까먹을 수도 있고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이 상자를 열었을 때쯤이면 내가 아껴놓은 이 말들이 필요 없어질 수준에 이를 정도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죠.

저는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해요. 저는 투명한 사람이랍니다. 솔직하고 과감하기도, 때로는 무모하기도 해요. 그래서 거의 담아놓지 않고 하고 싶은 말들을 예쁘고 가지런히 나열하곤 했는데, "내가 너무 다른 사람들 생각을 안 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에 잠길 때도 조금 있더라고요. 물론 나와 가까운 좋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 이야기 속의 좋은 점들만 파헤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수긍을 해 줄 테지만(척이라도), 뭐.. 아닌 사람도 있잖아요. 굳이 내가 하는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고, 들린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이제는 종종 "글쎄.. 글쎄요"라는 언어로 나의 말들을 대체하곤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글쎄요. 역시 적당한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웃긴 말이지만 대화라는 것은 참 좋으면서도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나의 대화 상대에게 점점 이해와 배려를 더욱이 기대하게끔 만드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좋으면서, 가끔 피곤해요.

"글쎄"라는 이름을 붙인 이 상자. 담을 건 담고, 비워낼 건 비워내면서 사는 것이 가끔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답니다. 그렇더라고요.


글쎄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여러분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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