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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Apr 12. 2024

힐링과 킬링 사이 육아 아일랜드

힐링섬과 킬링섬 사이에 둥둥 떠서 동굴을 지나고 있어요.

올 해부터 북한산을 치병 베이스로 삼고 타기 시작했다.

북한산은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힘이 세다. 일주일에 북한산을 2~3회를 타고 있는데 아이 등원과 하원 사이에 북한산을 타고 아이를 케어하며 지내니 한주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올 해는 북한산에서 작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갈 예정이다. 주중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주로 송추 쪽으로 달려가서 도봉산 자락을 탄다.

주말에 아이가 친정집에 가는 날에는 전철을 타고 불광 쪽으로 넘어가서 숨은 벽을 타고 도선사 쪽으로 하산하여 내려와 봤다.


김포가 아이 키우기에도 좋고 서울, 일산, 파주, 인천 모두 가까워서 입지적으로 좋은 지역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이 흠이다. 전철을 네 번을 갈아타고 버스를 타고 와야 하기에 북한산까지

도달하는데 편도 최소 2시간을 잡아야 한다.

차로 1시간 30분 고속도로를 달려가면 강원도 원주 치악산에 도달할 수 있는데 전철을 타고 북한산까지

최소 2시간이 걸린다니..... 거리가 가까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의 이동 시간이 너무 비효율적이다.

이런 맹점들은 김포시민들의 편의와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속히 개선이 되어야 할 일이다.


3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가버렸고 4월이 언제 왔는지 모르게 와버렸다.

아이가 올해부터 아파트 근처의 유치원에 들어가서 작년에 비하면 여러모로 수월해졌다.

나는 아이를 방과 후 과정을 신청하고 태권도를 보내서 여유 있게 산을 타고 집에 돌아오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생각보다 방과후과정 유치원 생활을 힘들어했다. 유치원에는 맞벌이 엄마들도 많고 방과 후에 늦게까지 남아있는 친구들도 여러 명 있었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유치원으로 태권도 사부님이 픽업을 하러 오실 때가 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고 했다.

유치원 방과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태권도에 가기 싫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고 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는데 눈물을 참고 있다고 했다며 아이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셨다.


유치원에서도 와일드한 우리 아이의 기질과 미숙한 자기 조절력으로 인해서 자주 연락이 왔다.

오늘은 오전에 담임 선생님께서 한번 전화를 주시고 오후에는 방과 후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오전에 전화를 주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오전에는 차분한 편인데 11시가 지나면서 에너지가 올라가며

장난이 수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워낙 발육과 발달이 빠르고 다부진 편이라 여리여리한 또래 아이들과 더욱 대비되는 듯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전하고 싶었던 요점은 가정과 기관에서 함께 지도방향을 잘 합의하고 협력하여 아이의 충동성과 자기 조절력을 지도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나는 선생님께 우리 아이가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썰매개 기질로 타고난 것은 잘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나는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남다르다는 것은 아이가 기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알아차렸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유독 우리 아이가 사고뭉치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분하게 선생님께 내가 관찰한 우리 아이의 특성을 야무지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이가 놀이에 심취하여 흥분하게 되면 충동성과 자기 조절력을 잃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지나치게 텐션이 올라가서 목소리가 커지거나 귀가 빨개지거나 하면 잠시 중단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다.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는 공간에서 중단시키면 흥분이 잘 가라앉지 않고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숫자를 세게 하거나 물을 마시게 하고 잠시 앉아서 쉬게 하는 등 진정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선생님께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주시고 다른 공간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주셔서 잠시 진정을 시켜주시고 다시 놀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이가 규칙을 어기고 선생님께서 제시한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다른 공간에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인지할 수 있게 지도부탁드린다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선생님께서도 잘 이해해 주셨고 그렇게 긴 통화를 끝내고 아이를 하원했다.

그런데 저녁 6시가 넘어서 유치원에서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방과 후 선생님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네~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채아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요, 제가 1반, 2반 아이들을 데리고 3반으로 갈 때 채아가 00 이하고 인사하다가 00 이가 채아를 밀어서 머리를 부딪혀 이마가 멍들었다고 해서요,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느라 보지 못했던 거라서 00이에게 채아랑 인사하다가 머리를 부딪혔는지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나는 순간 좀 당황스럽고 불편한 공기가 코 밑을 확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스피커폰으로 선생님과의 통화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우리 아이가 채아라는 여자 친구와 인사를 하다가 채아를 밀어서 머리를 부딪혔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그런 적이 없고 아니라고 대답했다.

"선생님. 제가 방금 스피커 폰으로 아이에게 선생님 통화를 들려주고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그런 적 없다고 하는데요."

"아.... 그렇군요. 아이들이 하는 말만 믿을 수가 없어서요."

"그럼 cctv를 확인해 보세요."

"유치원은 교실에 cctv가 없어요. 어머니. 그리고 00 이가 행동이 큰 아이는 맞아요.

아이에게 친구를 밀면 안된다고 지도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오전에도 담임 선생님과 장시간 통화했고요. 저희 아이에게 수시로 주의를 기울여서 지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은 목격한 사람도 없고 cctv 확인도 되지 않고 저희 아이는 그런 적 없다 하는데 마치 저희 아이가 당연히 그랬을 거라는 듯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불편하네요."

나는 결국 꾹꾹 눌러두었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말았다.

하......

산 넘어 산이라더니 산 타는 일보다 육아의 산이 더 크다.

날마다 아이를 데리고 산을 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이의 방과 후 과정을 취소하고 좀 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태권도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그만두어야 하는 것인지 번민이 썰물과 밀물처럼 파도를 치며 들락날락 했다.   

우리 아들은 강점과 장점이 더 많은 아이인데 유치원에서 사고뭉치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이런 피드백을 받는 빈도가 높아지자 나의 피로도도 점점 높아졌다.

사실 강도 높은 치병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 아이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아이의 그 생명력으로 내가 다시 회생하였음이 분명하지만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길이 참 외롭고 힘든 길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치열하게 치병을 하느라 아이를 세심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돌보지 못했던 탓일까.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밤이다.

매일 9시면 곯아떨어지는데 말이다.

장점과 강점이 많은 아이인데 말이다.

부모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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