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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Sep 28. 2024

기사 식당 이모들의 텃세

짭새도 아니고 텃세.

기사 식당의 배송 알바로 3일 차에 접어든 날이었다.

나는 3일 차가 되자 직접 운전을 하면서 공장을 돌며 별 탈 없이 식사를 배송하고 수거할 수 있었다. 

3일 차에 접어드니 어느 정도 전반적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었다.

기사 식당 배송 알바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전 10시에 출근을 해서 배송할 식사통과 국통, 밥솥을 정리하고 스타렉스에 싣는다.

배송은 1차 배송과 2차 배송 3차 수거 작업으로 마무리가 된다.

2차 배송이 끝나면 점심 식사 시간이 있는데 기사 식당에서 공장 근로자들 틈에 껴서 10분 내로 먹는다.

빠른 점심 식사 후에 1,2차 배송된 식사통들을 수거하러 간다.

수거를 다녀오면 수거한 식사통과 국통, 밥통을 주방에 갖다주고 정리된 통들이 나오면 주방 뒤쪽 세척대로 가서 통들을 수세미로 닦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때 세척대 뒤쪽에서 전처리 담당 이모님이 계시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이야기도 나누고 

전처리한 물건을 옮겨드리기도 한다.

이곳은 노동이 고되고 힘들어서 그런지 낮에 사장님과 이모님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일을 하는 분위기였다.

배송 업무도 노동 강도가 있다 보니 점심을 후딱 먹고 3차 수거를 하고 돌아와서 통들을 닦다 보면 금세 또 허기가 졌다.

통을 열심히 닦다 보면 2시 45분쯤 되는데 10개 정도 통이 남아있는 상태지만 아직 주방에서 통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에는 홀에 나와서 식기 세척기에서 나온 숟가락, 젓가락 및 살림 도구들을 닦아주는 잔업을 돕는다.

홀에 나와있는 모든 잔업을 돕고 나면 3시쯤 되는데 배송기사들은 그때 또 식사를 했다.

인수인계 해주시는 분과 배송 과장님, 사장님께서 내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배는 고팠는데 기사 식당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서 있기는 뻘춤하고 같이 먹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몇 가지 반찬을 조금 그릇에 덜어와서

기사님들과 함께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주방에서 남은 통이 나왔다.

나는 다시 앞치마를 챙겨 입고 통을 닦으려고 통을 가지고 세척대로 나왔다.

그런데 전처리 담당하고 계신 이모님이 그런 나의 모습이 굉장히 거슬리셨는지 내게 오더니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주방에서 통이 나오면 바로바로 꺼내서 치워야지.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리고 아까 점심에 먹었는데 지금 2시간 지나서 밥을 또 먹어?"

"과장님이랑 사장님이 밥 먹으라고 해서 먹은 건데요."

나는 사장님과 과장님, 인수인계 해주시는 분이 먹으라고 해서 먹은 것인데 왜 전처리 담당 이모가 핏대를 세우며 내게 밥을 왜 먹냐고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혼을 내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더니 이모는 주방에 계신 주방장 이모에게 바통을 터치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00 이모! 이모가 얘한테 말 좀 해봐요. 주방에서 통이 나오면 바로바로 치워야 시간을 맞춰서 끝나지."

"그래서 어떻게 일을 시켜 먹냐."

주방장으로 있는 00 이모는 이렇게 대꾸했고 전처리 이모는 또다시 핏대를 세우며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서 두 여인으로부터 갈굼을 당하고 있었다.

인수인계 해주는 총각은 담배를 피우러 나가 있었고 사장님도 근처에 없었다.

그때 저 멀리서 인수인계 해주는 총각이 걸어왔고 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아니 사장님이랑 과장님이랑 00 씨가 통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밥 먹으라고 해서 밥 먹은 건데

이모들이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며 밥 먹지 말래요."

인수인계 해주는 총각이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상황을 살폈다.

전처리 담당 이모는 인수인계 해주는 총각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00아. 너는 이제 그만둘 거고 얘가 혼자 통 다 닦아야 하는데 밥 먹고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빨리 일하고 다 같이 마치고 가야지."

그리고서는 그 전처리 이모는 퇴근을 해버렸다.

나는 순간 이것이 텃세라는 것을 직감했다. 왜 그동안 2년 내내 이곳에서 이 시스템으로 일을 해왔던 인수인계 총각에게는 왜 밥을 2번 먹냐는 말 한마디 못하면서 3일 차 된 내가 밥을 2번 먹는 것에 이모들의 핏대가 서는 것인지 말이다.

아무튼 나는 홀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닦으며 내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하...... 사장님의 역한 담배 냄새를 맡아가며 이모들의 텃세까지도 등에 업고 이 일을 할 만큼 이 일이 그렇게 큰 매리트가 있는가......"

갑자기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고강도 배송 업무에 이어 2차 통 닦는 업무 외에도 이런 잡다한 피로감까지 쓰나미로 몰려왔다.

기사 식당 배송 알바 2일 차가 되던 날이었다.

나는 홀에서 사장님과 숟가락을 닦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식당에 오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두 종류로 나뉘어. 일주일 안에 그만두거나 1~2년 이상씩 하거나.

우리 식당에 들어오면 사람들도 다 좋고 다들 오래 일해. 그만둘 때도 퇴직금도 다 챙겨서 나가."

나는 아무래도 전자의 부류에 속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될 것 같다. 

밥벌이에 대한 또 다른 깊은 고민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토요일 밤이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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