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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an 25. 2024

안개가 걷히면

안개가 걷히면, 한지에 유화, 모즐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익숙한 풍경들이 사라지고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구름 속에 들어온 듯 뽀얀 안개만 가득했다. 건너편 건물은 물론이고, 창문 앞 나무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신비로운 느낌에 매료되는 것도 잠시, 곧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고속도로에서는 차 수십 대가 부딪치고, 사람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안개가 있을 때는 속도를 낮추고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하지만, 마음이 바쁜 사람들은 안전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운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자칫하다간 이처럼 불행한 사고로 이어진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이런 안갯속에서 헤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함에 숨이 막히는 듯하고, 주위에는 길도, 친구도 보이지 않는다. 안갯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아 덜컥 불안이 엄습해 온다. 


안개를 걷어내려 아무리 팔을 휘저어 보아도 소용없다. 안개를 벗어나려고 아무 방향으로나 무작정 내달리면 더 큰 위험을 맞닥뜨리기 쉽다.  이럴 때는 답답하고 막막해도 잠시 멈추고 기다리거나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안개가 지독하게도 심했던 그날, 나를 둘러싼 안개가 한 겹 한 겹 흩어지기를 기다리며 화폭에 붓질을 했다.  

아무리 심한 안개도 해가 뜨면 사라지듯, 나의 태양이 떠올라 내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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