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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구볼 Aug 16. 2024

쉿! 우울증 극복 중 >_★

혹시 병원 내원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전 글에서도 지속해서 얘기했듯이 나는 우울증 환자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우울증 + 불안증인데 무기력함과 심장 두근거림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타입이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앓았던 것 같은데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부정하다 2년 전에서야 인정하고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부정하다가 병원을 다니게 된 건 가까운 사람의 지속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일 때문에 허덕이던 시절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번아웃이나 무력감이나 우울감은 누구나 느끼는 기분이라 내 증상 정도는 병원에 갈 만큼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오랜 기간 꾸준히 보았고 누구보다 진중한 지인이 자꾸 가보라고 해서 등 떠밀리듯 가봤다. 


그런데 혹시 나가 역시나였다. 심리검사도 하고 이런저런 상담을 한 결과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이 맞았다. 가보라고 해준 언니에게 매우 고맙다. 아니었다면 나는 상담도 약도 못 받고 속으로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2년째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가고 있다. 행복한 방법을 찾았다면서 왜 아직도 정신과 병원을 다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왜냐면, 그냥 그렇기 때문이다. 행복을 느끼는 와중에도 우울감은 나도 모르게 덮친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나의 우울감은 끝없는 무력감이다. 물속에 잠기는 듯한 느낌, 익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끊임없밑으로 빠지는데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나. 지금까지 관찰한 나의 우울감을 이런 느낌이다. 평소에도 마음이 무겁고, 갑갑한 느낌인데 가끔씩 이렇게 물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숨도 못 쉬게 하는 것만 같다.


이전에는 '물'이 나를 덮치면 그대로 맞았다. '물'이 차오르면 차오르게 두었다. 나는 '물'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담+약+내 노력으로 '물'의 힘을 약화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으로는 왜 물이 차오르는지 알게 해 주고, 약으로는 물이 좀 느리게 오게 해 주고, 운동이나 마인드셋과 같은 내 노력으로는 물이 오다가도 말게 해 준다. 물론 물이 승리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줄었음에, 그리고 약해졌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예전의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안다. 내가 우울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는 알지만 갈 용기나 기력이 안나는 사람들. 아니면 혼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몸과 마음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내 맘과 다르게 죽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딱 한 번이라도 병원을 가봤으면 좋겠다. 외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담을 받는 게, 약을 먹는 게 지는 게 아니라 그저 전략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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