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노래
- 유랑의 노래
어디에선지 모를 가느단 바람이
내 마음에 불어오면
길가에 구르는 퇴색한 잎새처럼
나도 어디론가 길 떠나고 싶습니다.
어느 머언
자신조차 낯설어지는 외딴 그곳에
내 마음 내 사념 모두 털어버리고
나는 비인 주머니가 되어
그곳엔 아무것도 담지 않겠습니다.
두 귀퉁이엔 가벼운 날개 달고
바람 이끄는 대로
구름 가는 대로
가끔씩 비에 젖고
햇볕에 그을리며
구르고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겠습니다.
그러면
세상은 얼마나 넓은지
하늘은 얼마나 높은지
냇물은 왜 바다로 흘러드는지
가슴 깊이
헤아려 보겠지요.
어리석음으로 몸부림치는 세상사는
구름에 실어 보내고
귓전을 흔드는 아픈 한숨이
먼 기억 속으로 흩어질 때
나는
또 다른 그리움과 추억의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