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 - 작가소개

독후감과 영화평

by 주단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


오늘부터 수 회에 걸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상당히 오랜 기간을 두고 집중해서 읽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나왔고, 영화를 본 친구들의 흥분에 찬 감동을 전해 들으며, 한껏 기대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느낀 크나큰 실망감을, 되도록 차분하게 합리적인 해설을 곁들여 적어보려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출연한 배우: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레슬리 하워드)라는 영화는 미국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방대한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작가에 대해서: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은 1900년 11월 8일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지방 신문의 여기자로 지냈다.

그녀는 부상으로 기자를 그만둔 뒤, 주부로 있으면서 취미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하여, 그녀의 평생에 걸쳐 단 하나의 작품인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그녀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애틀랜타 역사학회의 회장으로, 그녀의 작품에 문화적, 역사학적인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남북전쟁에 직접 참가했었고, 이 작품의 상세한 시대적 배경과 전쟁의 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 밖에도 그녀는 10년간에 걸친 자료수집과 집필과정을 통해서, 남북전쟁 (1861년~65년에 미합중국의 북부와 남부가 벌인 내전)의 발발과 그 과정, 그리고 그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갈등과 생활상을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그러나 작품의 양이 워낙 방대하고,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하여, 자칫 빛을 보지 못할 위기에 처하였다. 이에 마가렛 미첼은 소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같은 끈기와 투지를 발휘하여, 출판사 사장으로 하여금 작품을 읽도록 설득하는 데에 성공하였고, 당대에 전례가 없는 유리한 조건으로 출판을 하게 되었다.


1936년 이 책이 발표되고 난 뒤,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자, 미국의 독립 프로듀서인 셀즈닉이 즉시 영화제작권을 얻어, 1939년 장장 3시간 40분간의 대작을 발표하였다.


이 영화는 원래 흑백이었고, 67년 MGM사가 영화를 ‘와이드 스크린’ 비율로 바꾸면서 화면의 1/4 정도가 위아래로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86년 이후 칼라로 보정되었고, 화면도 비교적 원작에 가깝게 복원하여 오늘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완성되었다.


이 소설을 쓴 마가렛 미첼은 소설을 발표한 이듬해인 1937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영화는 1940년 아카데미 작품, 각본, 감독, 촬영, 미술, 편집, 특별, 주연, 여우, 조연여우상을 수상하였을 정도로, 소설과 영화가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흥행에도 대성공을 이루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방향성:


나는 이 책을 이상과 탐욕을 동시에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쓴 의미 깊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와 완벽한 구성으로, 내가 느꼈던 소설로서의 의미의 본질을 완전히 소각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내가 이 소설에서 찾은 의미를 다른 그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유는,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진심으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영화가 제작된 이후에는, 책보다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더 많아져,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 되어버려, 막강한 영화의 영향력을 이기지 못하는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장중한 스케일, 그것도 컴퓨터 그래픽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소품이나 엄청난 수의 엑스트라로 이루어낸 위대한 장면들과, 여배우 비비안 리의 거만한 아름다움과, 남배우 클라크 게이블의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도, 내게는 얄미운 밉상으로 찌그러져 보이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소설로 만들 때에는 소설로서의 여백의 미를 어느 정도는 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화가 소설보다 다소 초라하다거나, 감독이 해석한 소설의 의미만을 살려, 조금 다른 내용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의도하던 의미나, 그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의 각자가 내렸을 해석과, 방대한 그 내용과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끝없는 파문과 해석과 감탄을 남겼던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장장 4시간 남짓에 달하는 이 기다란 영화만을 보고,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원작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무지막지한 책의 두께만 보고는 놀라 질겁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한번 책장을 열어 한두 장만이라도 읽어 보라고. 그러면 나머지 길은 책이 알아서 안내를 할 것이라고. 그 속에 담긴 사랑과 미움이, 어리석음과 지혜가, 절망과 희망이, 그리고 처참한 전쟁의 과정과 그 끔찍한 결말이, 그 길을 스스로 열어 줄 것이라고.


그리고 꼭 덧붙여 부탁하고 싶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만큼은, 뭇 여인들을 쓰러뜨릴만한 매력적인 클라크 게이블의 묘한 미소도,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열연을 펼치는 비비안 리의 뇌쇄적인 미모도, 그리고 멍청한 표정의 늙은 대머리 애슐리 아저씨도 제발 잊어버리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마음속 과수원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