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안쪽 포장지
- 눈꺼풀 안쪽 포장지
누웠다. 바닥의 찬 기운이 몸에 와 부딪친다.
잡념은 날아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무아의 상태.
잠시 머릿속이 허하게 비는 듯하더니 이내 빙빙 돈다.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동치는 가슴속이 가볍다.
눈이 감긴다. 몽롱하고 알 수 없는 세계로 젖어든다.
눈꺼풀 안쪽면은 넓은 화면이 되어 기묘한 연속무늬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검거나 노란 바탕에 주황 보라의 둥글고 세모난 것들이 아름다운 포장지를 이루며 흘러간다.
검고 탁한 내 속에 형상 없는 밝은 것들이 얼룩을 지운다.
밝은 별들이 떼 지어 흐르는 모습도 있다.
어느 것이나 다 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전신이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고,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
눈을 떠보면 똑같은 모양들이 눈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고, 그것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다시 눈을 감기 두려워진다.
눈꺼풀 안쪽면의 움직이는 포장지 문양들은 아마도, 밝은 빛에 비친 눈꺼풀 안쪽의 핏줄과 세포들의 움직임인 듯하다.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흐르며, 나라는 생물체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내가 편안히 쉬기 위해 누워있는 이 순간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추면 안 될 것이다. 멈추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닐 것이므로.
잠시도 쉬지 않고 부단히 흐르고 움직이는 세포들. 공장의 기계들 같다.
내 안의 공장, 돌아가는 기계들을 생각하니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덜커덩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다.
포근한 잠을 그리는 육신의 피곤함은 아랑곳 않고 쉴 새 없이 덜그럭거린다.
한 곳을 주시해 본다.
그곳의 모습은 눈 안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잠이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