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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단 Sep 28. 2024

내 마음속 과수원 3

뇌의 휴식

   - 뇌의 휴식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쉬고 싶은 의지에 반해 머릿속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낮에 있었던 일들, 어제 일어났던 일들, 지난번에 있었던 일들이 쉼 없이 뇌리를 맴돌며, 돌고 돌고 또 돌아 소용돌이를 만들며, 감정을 휘몰아가고 있다.

 육신은 피곤하면 어디든 몸을 눕혀 편히 쉴 수 있는데, 머릿속은 나의 의지는 아랑곳 않고, 여기저기를 떠돌며 정신력을 소모시키고 있다.


 벌이나 개미들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런 생각이나 의지 없이 습관적으로, 입력된 프로그램대로만 행동하고 살 수 있다면…

 행동 하나하나가 뇌리와 연관되어야 하는 인간은 참으로 가련한 동물이다.

 행동에 대한 책임과 가책도 스스로 걸머져야 하고, 몸이 쉬어도 뇌는 계속 활동하고, 쉬고 싶어도 전혀 그럴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지닌 생물이다. 


 문득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생각에 의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행동은 나의 뇌와 일일이 연관됨 없이, 때로는 습관적으로 반사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코피가 터졌을 때에 깨달았다.

 코피가 터지자 나는 굳이 그래야겠다는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휴지를 가지러 갔고, 그와 함께 전신에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다.

 습관적인 그리고 상투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한 뇌의 운동이 필요치 않았고, 머릿속의 상념들은 반사적인 움직임과 동시에 날아가 버려, 뇌리는 잠시 빌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상쾌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생각 없는 순간이 상쾌하고 기분 좋게 느껴진다는 사실도 이제 막 깨달았다.

 굳이 과격한 운동으로 도파민을 생산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가볍게 움직인다는 자체만으로도 뇌가 쉴 수 있고, 그로써 상쾌해질 수 있었던 거다.


 움직인다는 것,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 좋을 것 같다. 뇌가 쉴 수 있다. 그 순간의 뇌는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반사신경에 몰입되어 다른 잡념에는 여유가 없는 거다.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창조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 뇌는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지 않고 생산적으로 한 곳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정지하고, 육신이 쉬고 있는 동안에는 뇌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정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인간의 고뇌라는 것은 육신이 멈춰있는 상태에서 뇌리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상념의 천조각인 것 같다.

 일하고 움직이는 때에보다는, 정체되어 있는 시간에 더 많은 고통과 불행을 자아내니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이 솟구칠 때에는 무언가에 전념해 보아야겠다.

 운동을 하든 청소를 하든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산책을 하든, 나의 뇌를 비워낼 수 있는 행동들을 찾아 그에 열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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