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속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아픔을 꺼내고 들여다보는 일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감정에 솔직한 글을 써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내면 깊숙이 넣어 둔 상처를 꺼내 글쓰기 시작한 지 9개월 차, 더 이상 쓰고 싶은 글이 없다. 이제껏 충분히 아픔을 이야기했고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계속 아픔을 주제로 글쓰려니 과거에만 머무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넌 더 힘들어야 해, 슬픔을 극복하긴 아직 일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앞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싶은데, ‘넌 그럴 수 없어’라고 못 박은 것처럼 내가 나를 괴롭혔다. 자기 연민에 빠진 걸까, 슬픔이 아닌 다른 주제로 글쓰는 게 왜 용납이 안될까. 왜 나는 행복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솔직하게 말 못 한 글이 생각났다. 내 불행의 끝판왕, 불우한 가정환경의 주범. 그 글이 나를 여전히 과거에 묶어두고 있었다.
속마음을 꺼내며 발행한 글이 많아질수록 ‘난 이제 많이 극복했어! 앞으론 행복해질만 있을 거야’ 웃으며 말했지만 정작 나는 해야 할 말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적당히 불행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나의 진짜 아픔을, 슬픔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말할 수 있을까, 내일은 말해야지.라고 차일피일 미루다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난 오늘부터 마음속 깊이 숨겨 둔 나의 진짜 이야길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