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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May 10. 2024

22살 여자 31살 남자


엄마에게서 도망친 날 남편을 처음 만났다.

2012. 5. 8



22살, 엄마와 함께 있단 미칠 것 같아 집을 나왔다. 당장 머물집도 밥 한 끼 사 먹을 돈도 없었지만 간단한 소지품만 챙겨 아는 언니집으로 도망쳤다. 언니집에서 잠깐 머물며 일자릴 구했고 바리스타 경력을 살려 바로 취업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일을 쉬고 있던 남편은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값 대신 설거지하며 시간 보내고 있었다. 우린 함께 설거지하며 친해졌고 퇴근 후 같이 맥주 마시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연애 첫날 집에 바래다준 남편은 내가 카페를 그만두고 본가로 들어간 그날까지, 9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바래다줬다. 

2013. 2. 3



연애 때 남편은 늘 한결같았다. 태평양 같은 모습이랄까, 나에게 없는 안정과 평온함이 부러웠고 멋있었다. 친구들은 9살 나이차이를 듣고 당장 헤어지라며 성화였는데, 시간 지날수록 안정되는 내 모습에 남편을 '형부,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내 기분이 좋든 슬프든 우울하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야길 잘 들어준 남편을 보며 결혼한다면 이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2014. 8. 15



대구에서 양산으로 그리고 경기도와 서울로. 3년간 엄마를 피해 다닌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다. 안정된 삶을 꿈꿀 무렵, 남편을 처음 만난 카페 사장님 연락을 받고 다시 양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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