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노약자와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 해야 한다 배웠는데 쉽지 않다. 나의 이동시간은 업무시간이라 지하철 탑승과 동시에 하루가 시작된다. 포스팅용 책읽기, 블로그 쓰기 등 수월한 업무를 위해 짐가방은 내려두고 양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앉아가기'가 필수다.
토요일 공방 출근길, 계획한 포스팅을 위해 서둘러 앉았다. 생각보다 빨리 끝난 포스팅에 남은 시간 유튜브를 열었는데 끌리는 게 없다. 영상 시청은 포기하고 멍 때리며 가고 있는데 터미널역에서 귀여운 가족이 탄다.
엄마 어깨엔 여행 짐가방이 무겁게 들렸고 양손은 꼬마신사와 숙녀가 잡고 있다. 다행히 토요일 오전이라 지하철 내 앉을 곳은 충분하다. 하지만 모두 떨어져 앉아야 하는 상황, 엄마는 아이들에게 앉으라 말하지만 낯선 공간에 엄마와 떨어지는 게 불안한지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붙어있는 좌석 없나 찾던 중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양보해 준다. 건너면 좌석으로 이동하고 한 칸 물려주고 그렇게 3자리가 만들어졌다. 엄마는 감사 인사 후 아이들과 사이좋게 앉았다.
이전까지 나에게 지하철은 전쟁이었다. 출/퇴근을 빗겨 난 시간에 주로 타는데 개성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큰 소리 대화는 기본, 옆사람 심심할까 영상 시청도 공유해 주신다. 거기다 우애 좋은 다툼까지 노이즈 캔슬링을 뚫고 귓속에 목소리가 꽂힌다. 혼돈 속에서 살아남느라 배려와 양보는 잊힌 지 오래인데... 사람들 양보로 나란히 앉은 가족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후 아이와 함께 타거나 어르신이 타면 슬쩍 일어나 앉을 수 있게 양보하고 있다. 무거운 짐 들고 핸드폰 하는 건 힘들지만, 감사하단 인사와 웃으며 엄마와 눈맞춤하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다.
가끔 배려하다 보니 배려받는 상황이 생겼다. 오전 수업 끝내고 이동하던 길 어르신께서 나에게 앉으라며 자리양보 해주셨다. 피곤에 지친 내 얼굴이 양보할 정도인가 싶은데 앉으니 너무 좋다. 살다 보면 누구나 배려받는 상황이 온다. 나중에 내가 받을 배려를 미리 겪는다 생각하며 자리 양보 같은 귀여운 오지랖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