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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omad Jul 11. 2024

대중 교통과 불시 검문




서울 면적에 절반 정도 되는 체코 프라하에 지하철과 트램(노면 전차) 

그리고 시외버스 개념의 굴절 버스가 다닌다. 


프라하 지하철은 대한민국과 역사가 같다. 1968년부터 5년간의 공사 끝에 1972년에 A, B, C 3개의 노선으로 50개의 정거장을 갖고 시작되었다. 트램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부터 전신전화를 사용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도 히스토릭 트램(Historic Tram)이라고 해서 관광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악사를 태우기도 하고 샴페인과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면서 야외 건축박물관 등 이곳저곳을 50분 정도 달린다.  이것을 이용하면 프라하의 참모습을 앉아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트램과 지하철이 끝나는 종점이나 주요 환승역 주변에서 시외곽으로 다니는 버스가 운행된다. 인구 140만 명의 도시치 곤 상당히 유기적으로 잘 되어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고 특히 주차난이 만만치 않다 보니 프라하 시내에 거주하면서 여행이나 출퇴근을 차량으로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프라하 대중교통의 특징으로 타고 내릴 때 검표를 하지 않는다. 기사님은 안전하게 운전만 한다. 회수권 개념의 종이표에 1일권, 1달권, 3달권, 1년권 식으로 정액권이 아닌 정기권이 있을 뿐이다. 정기권은 버스 지하철 트램 모두 탑승과 환승이 가능하다. 시외가 아니면 탑승과 환승에 횟수 제한이 없다. 참 자유롭고 시간적으로도 편리성도 이용객들을 배려했다. 


그럼 어떤 식으로 제어를 할까? 바로 불시검문을 한다. 검표원들이 마패 같은 것을 들고 "교통국에서 점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통상 2인 1조 이상으로 다닌다. 정복조도 있고 사복조들도 있다. 지하철의 경우 4~5명이 조직적으로 환승 통로를 막고 눈에 힘주면서 검표한다. 그때 걸리면 그 어떠한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 1회권 금액의 대략 3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청구한다. 망신을 당하는 것은 옵션처럼 따라붙는다. 2인 1조로 다니는 그들은 대략 4개 국어 이상을 한다. 한 사람이 영어 독어 다른 검표원이 불어 스페인어에 체코어는 당연하다. 한국어는 못한다. 가끔 몰랐다는 버전으로 우기면 될듯하지만 분위기는 그게 아니다. 가뜩이나 덩치 큰 사람들이 상공에서 쏘아보는 포스가 만만치 않다. 


자유로운 이용에 따른 책임을 과감하게 청구한다. 선진 시민 의식이다. 대한민국 7~80년대 학창 시절에 10매 묶음 버스 회수권을 11장으로 잘라서 사용해 본 기억이 아련하다. 만약 정기권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무임승차로 이용하다가 검표원에게 적발이 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벌금 고지서를 발부받고 혹은 현찰 지불하고 추후에 정기권과 벌금 영수증을 가지고 시내에 있는 교통국에 가서 이의를 신청하고 일정 금액을 환불받는 제도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현지 대중교통의 좌석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노약자 지정석 비슷한 것이 있다. 출입문 주변 가까이에 노약자석이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 특히 유모차를 대동한 여성분이 탑승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열심히 거들어주며 자리 양보는 기본이다. 어르신들에게도 참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자리 양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종종 자리를 비워두고 이용하지 않는 모습도 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용객들의 이동거리는 대한민국처럼 길지 않다. 그렇기에 앉아서 이동하는 것에 무리하게 집착하지는 않는 듯하다. 트램도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운행해 바야 40분 넘는 것이 거의 없고 지하철 역시 40분을 넘지 않는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20분 미만의 생활공간이기에 우리가 바라보기에 여유 있는 양보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크게 붐비지 않는 도시 구조와 인구밀도 그리고 생활방식이 우리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현상을 결과만을 보고 그것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또는 진행 과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중교통마다 비용 지급과 이용객 확인에 따른 장치 설치비와 직원 운영 비용을 생각하면 유럽의 몇몇 도시의 좋은 예도 보고 배울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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