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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Aug 22. 2024

에듀테크, 테크, 테크, 테크...

나의 이 공부가 맞는 공부입니까?

나, 연수 듣는 게 취미인 교사이다. 교사가 된 이후로 매년 직무, 연수 자율 연수를 엄청 많이 수강했다. 학급 경영이나 교과 지도 관련한 내용이 주종목이고 가끔은 영어 공부 같은 순전히 개인적 흥미 때문에 수강한 연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듣는 연수가 조금 더 많고 오프라인으로 숙박하면서 들어야 하는 연수도 열심히 찾아 들었다.


어느 해부터인가 교사성과급이라는 게 생기고 성과급 기준 항목에 일 년간 이수한 연수시간이 들어가면서 교사들이 직무연수를 많이 듣기 시작했다. 나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그냥 뭔가를 배우러 다니는 것이 즐거워서, 혹은 조금 더 수업이나 학급 운영을 잘해보고 싶어서 부지런히도 돌아다녔었다. 일 년에 150시간, 200시간 이상의 직무연수를 듣는 해가 쌓이면서 내 인사기록카드의 연수기록란은 길고도 길어지게 되었다.  


세상에는 참 대단한 교사들이 많아서 연수를 통해 보고 배우는 것은 정말 컸다. 선배나 동료교사들의 수업 사례나 학급 운영 사례를 들으면서 존경스럽고 감동스럽고 부러웠다. 부족투성이인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연수에서 보고 배운 것을 흉내내고 따라 해 보면서 조금 더 나은 선생님이 되어보려 애쓴 시간이 길다.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교사로서의 철학을 함께 고민하는 연수에서의 시간들은 따뜻하고 소중했다.

몇 년 전부터 최고의 연수 주제는 에듀테크이다. 에듀테크는 말 그대로 교육 플러스 기술이다. 그런데 이 에듀테크의 파고가 너무 세고 높다. 지난해부터는 에듀테크 연수에 대한 공문이 차고 넘쳤다. 마치 테크를 모르고는 교육현장에 있으면 안 될 것처럼 교사를 향한 압박이 심했다. 테크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어 혼란스러웠다. 학교평가에도 교사들의 에듀테크 연수 이수 시간과 이수율을 포함시켰다. 작년 연구부장이었던 나는 전교사들에게 에듀테크 연수를 들으라고 들어달라고 매일 독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연구년 교사인 나는 소속학교의 공문 열람이 가능해서 거의 매일 공문을 확인한다. 학교를 떠나 있지만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알아야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살펴보니 올해도 여전히 에듀테크의 몸짓은 거대하다. 날이 갈수록 더욱더 강조된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원격 연수(급히 준비한 티가 엳력하려 내실이 적은)를 준비해서 의무적으로 들으라며 교사를 재촉하고 있다.


오늘 무심코 내 인사기록카드의 연수이수란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좋은 교사가 될까, 어떻게 수업을 할까, 어떤 학급경영 방식으로 학생들을 만날까를 공부했던 내가 구글마스터되기, AI 소프트웨어 디지털 역량 강화와 온라인 수업도구들만 공부한다. 이수한 연수 제목에 확연한 구분선이 보인다. 아, 이런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건가. 특히나 요즘 신규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철학 공부 이전에 에듀테크 공부만 무진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된다.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코엑스에서 제15회 에듀플러스위크 미래교육박람회라는 것을 한다기에 다녀왔다. (연구년이라 심신의 여유가 있으니 이런 곳에도 갈 수 있다. 그것도 평일에.) '미래교육박람회'인 만큼 기술이 넘쳐났다. 특히 내년부터 디지털 교과서(이도 몹시 걱정이다)가 도입되기 때문에 교과서 만드는 대형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박람회장을 훠이훠이 둘러보는데 나는 좀 어지러워졌다. 에듀는 어디 가고 테크만 남아있구나 싶었다.


에듀 빠진 테크의 절정을 며칠 전 원격연수를 듣다가 절감했다. 제목에 내 전공 교과명이 딱 적힌 에듀테크 연수여서 신청했는데 듣다 보니 화가 날 지경이었다. 대학교수님들이 등장하셔서 컴퓨팅시스템, 인공지능의 원리 등 대학교 전공수업 같은 강의를 하신다. 난 내 교과에서 어떻게 테크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을 뿐인데... 화를 억누르며 간신히 연수 이수를 했으나 나는 배운 것이 없다.


나는 에듀를 넘어서는 테크가 걱정이다. 나는 테크를 좀 제쳐두고 조용히 에듀의 본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아이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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