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같은 거, 내 일 아니다
그 사람과 내가 ‘독‘대를 했다.
나도 ‘독’이 올라서 만나러 갔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위풍당당하게 등장하‘셨’다.
말이 오갔다.
이미 카톡으로 주구장창 ‘꼬집고 때리고 할퀸’ 다음이었다.
‘말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엔
밖으로 전화받으러, 담배 피우러 들락날락한 그가
이야기 맥을 탁, 탁 끊어 주고 있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었단 말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동선을 밝혀라(나)’ vs '집에 와서 잤는데 무슨 동선?(그)‘
‘나 싫어하죠?(나)‘vs '싫어하는데 내가 왜 만나냐?(그)
이게 사랑이라면
포장도 하고
밀당도 하고
또 계산도 잘하고
해야 되는 게 연애다.
그의 말대로라면 ‘퓨어‘한 나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열정적으로 그와의 연애에 달려들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불안, 걱정, 그 외 다른 마음을 다 이기는 거라고 믿고 말이다.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서 내가 하지 않는 다른 산수를 왜 하는지 모른다.
나는 오늘 먹은 밥값을 나누고 내가 타고 온 택시비를 빼는 계산만 한다.
그는 저럴 거면, 차라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왜 말하지 않는지,
돌려서 말하는 게 어떻게 해서 그리 좋은지
‘평생 동안 뱅뱅 돌려서 말하기를 제일 못한’ 나로선
이이이~~~해가 안 된다.
그러는 게 자기한테 이익이 되나 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죽도록 아프게 하는 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우리는 이 연애가 둘 다 처음이다. 상대방의 마음이란 오리무중이기만 하다.
이렇든 저렇든
나도 뭔가 연습이 되고 나서
만났더라면 좀 괜찮았을 텐데
‘이번 생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란 게 세상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노래한 수많은 노래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없는 것인 줄 내가 몰랐던 것 같다.
비참해질 대로 비참해지고 나서야
그 하나를 깨닫는 인생, 나는 늘 이런 패턴인가 해서
언젠가 자괴감 느낀다던 그분 생각이 간만에 또 난다.
사랑이란 게 있든지 없든지는 차치하고라도
‘한 사람‘이면 삶은 차고 충분할 거라 믿은 나의 기대는 예상했던 대로가 아니었다.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힘든지,
그는 ’나 때문‘이라고 뭔가를 떠넘기고
나는 ‘그 때문‘에 생활이 안 된다고 호소한다.
모아진 건 아니고 사실상 그의 일방통행을 ‘내가 무슨 수로 막겠나 ‘ 해서 결정됐다.
나는 그를 만나서 셀 수 없는 눈물을 쏟았는데 그래도
남은 눈물이 있어서 또 울었다.
눈물샘이 비대한 건지 아예 ‘우는 애‘가 돼 버려서
맡은 바를 잘 운다.
그는 시종일관 안 달래고 짜증을 내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린 후 나머지를 마저 운다.
이쯤 되면 ’저런 사람 왜 만나는지?‘ 의문이 올라오시고 슬슬 짜증도 나실 수 있을 텐데요
그냥 이런 이야기로 해 둬도 좋을 듯해요.
윤택 tv에 나온 ‘50년째 설레는 할머니’(아래 참조) 요.
내가 좋아한 거 맞다. 그래서
‘10:1(십 대일)‘로 차이 나는 사랑은
아마도 이제 접어야겠구나 생각한다.
사랑이 아닐까 봐 두렵고,
이번에도 나의 ‘한 사람’은 완성되지 않았다.
사랑이 얼마나 힘든지 몸무게를 꽤 갖다 썼다.
속 편해서 다시 살이 찔 것 같기도 하고
죽을 것 같이 잊기 힘들 것 같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Az-so0Kqc
읽어 주신 작가님들이 정말 감사하다.
그와 만나는 일이 힘들어질수록 글쓰기에 마음을 붙이려고 노력하면서 평정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더 가면 짜증 나서 작가님들 떠나실 수 있겠다고 생각할 때
다음 연재를 계획했다.
‘사람‘이 아니고 ’ 돈‘에 관해 이야기할 텐데
그것이 또 돌고 돌면 ‘사람‘이 될지 모르겠다.
매주 목요일 새 연재로 돌아올 때까지
무더위도 가지 않겠지만
작가님들, 다시 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