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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Sep 25. 2024

79. 사람의 세계, 부부의 세계

- 늦은 깨달음.

다들 그러고 산다. 싸우고 때리고 맞고.

다들 돌아선다. 먹고 마시고 같이 놀던 날은 다 의미 없다.

'사람의 세계'다. 그렇단다.


다들 그러고 산다. 무관심하고 대화가 끊어진 지 오래고.

다들 형식만 지킨다. 아이들이 한창 크던 때는 서로 의지나 했지.

'부부의 세계'다. 그렇다고 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년)에서

지선우(김희애 분)의 에필로그는

"그동안 매달렸던 것들은 모두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했다.





현실은 원나잇


아름다운 어떤 것, 즉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커 가면서 결국 모든 것을 나누는 사이를 꿈꿨지만

현실은 '원 나잇(스탠드)'을 바라는 상대에게 화들짝 놀라서

자신이 방금까지 한 게 무엇이었나를 생각하느라

밤잠을 못 자고 뒤척여야 한다.


잠깐의 데이팅도 그럴진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 ‘부부의 세계’에서처럼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가꿔 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일과를 차곡차곡 챙겨서

단일한 목표를 성공시키기 위해 빠짐없이 정렬해 온 사람은,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난 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결말과는 상관 없이 이전처럼 살지는 못한다.


나는 '부부인지 아닌지 알아 맞추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손을 다정하게 맞잡은 성인 남녀는 부부가 아니'라는

속설이 있다.

어느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주시던 분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공식'이 틀리길 바랬다.

그 알바 분이 그런 통계를 갖고 계시다는 데에 즉각

반박할 만한 데이터는 나한테 없었다.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자는 일에서 벗어나는

그 어떤 '의미로운' 것을 늘 원하고 찾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같은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적어도 그 때의 나로선.


비둘기가 날아와 앉아 내 눈을 직관했다. “너 나한테 할 말 있니?”


따돌림이 있었고, 보직이 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날들이 내게 찾아왔다.

나는 더이상 '고상한' 생각을 하고 '고상한' 꿈을 그리며 살아갈 수 없었다.

병을 딛고 더이상 그러한 증상이 몸에 나타나지 않길 바라면서

띄엄띄엄 놓여진 징검다리에서처럼 개울에 빠질세라 한 발 한 발 조심했다.

이제야 조심해 본들 소용은 없는 것을.





아기들도 내가 원하는 것이면 포인팅



검지 손가락으로 어떤 물건을 가리키는 '포인팅'은

사회적인 상호작용 시도의 첫 걸음마와 같다고 한다.


https://freedom0518.tistory.com/41#:~:text=%EA%B7%B8%EB%A6%AC%EA%B3%A0%20%EA%B4%80%EC%8B%AC%EA%B3%B5%EC%9C%A0%ED%98%95


영유아기에는 저렇듯 손가락으로 포인팅을 잘 했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을.


살면서 그러나,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나를 잊었다.

현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번번이 다 물거품이 되고 난 후에

받아들여야 했던 것 같다.


내가 아픈 것도, 몸과 마음이 둘다, 혹은 어느 하나가 먼저 반응하면서 일어난 변화였고,

변화는 컸다.

끄집어 내고 다시 끄집어 내도 내 잘못이랄 것이 없었다.

그저 그들이 만들고 확정한 나의 '범죄'를

그들끼리 모인 법정에서 판결 받았고

악의로 둘러싸인 집단에서 한끼조차의 식사도 해결할 수 없게 고립됐다.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저렇게 살아가면 좋을까?'를.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몰려 다니고

그들끼리는 엄청나게 중요하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듯이 상호 추켜세움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웃음이 나올 지경임에도 그런가 보다 해야 했었다.


일을 두고 '한 번 쯤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너무 큰 공상가가 되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그렇게 사니 좋은가 보았다.

그들 좋자고

나는 종국엔 ‘들것'에 실려 나오는 나의 껍데기를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분위기를 해친 사람의 최후



사람의 세계에는 공통 수칙이 있다.

그 안에 살아남으려면

흐름에, 분위기에 잘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그들만큼 낮게, 그들만큼 졸렬*하게 살아야 했다.


* 졸렬하다의 뜻을 저는 여기서 '하는 짓과 태도가 무척 천하고 떳떳하지 못하고 어색하다'의 뜻으로 썼습니다.

https://helena.tistory.com/entry/%EC%A1%B8%EB%A0%AC%ED%95%98%EB%8B%A4-%EB%9C%BB-%EA%B0%84%EB%8B%A8%EC%A0%95%EB%A6%AC#:~:text=%EC%A1%B8%EB%A0%AC%ED%95%98%EB%8B%A4%20%EC%82%AC%EC%A0%84%EC%A0%81%20%EC%9D%98


만약 내가 그러지 못한 채, 높게 날려고 한다면?

내가 날기도 전에

내 몸에 날아오는 돌멩이에 폭격되다시피 해서

결국 나의 날개는 찢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내가 여기 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본심'을 숨기고

그들의 분위기에 편승하고

어쩌다 자리가 나면

얻어걸렸지만 주류에게 감사를 바치면서 

앉아서 갈 수 있다.


그를 위해 사람의 세계에서 사람은 말을 해선 안 된다. 특히나 자기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들.


'부부의 세계' 지선우의 독백처럼 '깨달은 뒤엔 모든 것이 늦어버린 뒤'였다.


사람의 세계가 무서운 것은,  또 하나, 모든 것이 잊혀진다는 것이다.


잊히거나, 묻히거나.


다수는 늘 잊고 살아간다. 묻어버린다.

이제 더이상 세상이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부활 노래, '네버엔딩 스토리' 가사 중)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늘상, 그리워하는 사람만

자신이 ‘바보인가, 나는 왜이리 잘 속는가?’

돌아서서 울고 끝났다.





좋아. 정말 좋으니.

                                   - 윤종신, '좋니'



천원을 훔친 사람은 오천원을 훔친 사람 앞에서

당당해진다.

갑자기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 아주 쪼끔 있었다가도

막상 '사과하라'는 말을 들으면 죄가 없다고 느낀다. 사람 참 간사하다.


자기 잘못이 무엇인지 생각하기에 앞서,

남이 나보다 더 가진 것 하나를 뺏기 위해

사력을 다한 후에

자신이 가진 아흔 아홉 개

나에게서 빼앗아 간 한 개를 채워서

백(100) 개를 만들고

백점을 받은 듯 기쁨을 만끽한다.

사람 욕심엔 끝이 없더라.


"어떻게 살아야 돼?"라는 물음은 도돌이표를 찍고 내게만 돌아온다.

때로 승자들은 도취되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내 눈엔 그들이 그닥 행복하게 보이지 않았다. 왜였을까.


'화가 경영학자' 작가님이 써주신 글들로 위로도 받아 보았다.


https://brunch.co.kr/@10f57453fee84e4/319


그들이 내 눈에 행복하게 비쳐지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밟고 올라가서

닭 잡아 먹고 오리발을 내밀어서도,

나를 무너뜨려서도

어느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에게 활활 타오르는 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은 본 적이 있다.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공격하면서는 그랬다.


그런데 빠졌다. 빠져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이.

사람을 진정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단 하나, 열정이 타오르는 어떤 모습.

자기 삶에서나, 일에서나, 세상을 향해서나, 타인을 위한 배려로나

누가 됐든지 사람은 그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매번,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그 점에 매료되어 왔다.

나는 그걸 '인간(미)'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사람이면 그럴 수가 있냐."라고 하는 그 ‘인간’ 말이다.

그들에게 그런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들을 통해 내가 병을 얻고 지금까지도 그 날들을 아픈 기억으로 갖고 살아가면서

한 가지:

활활 타오르는 것이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열정이었다면, 바뀐 게 있다.

즉, '꺼지지 않는 것'이야 말로 열정의 참 성격이라는 것.


좌절하고 바로 포기해 버리면 세상 정말 날아갈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그것을, 그 사람을 향해 다시 달려가게 만드는

내 스스로의 열정.


예전처럼 타오르고 있지은 않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이, 그 열정이 아니면

무수히 날라드는 삼단옆차기와 어퍼커트, 훅 속에서도

나를 살게 하는 다른 어떤 것은 남아 있지 않다.


나는 공무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과 나의

정합성을 저 따돌림 사건으로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나

가지고 있었던 추억으로 인해 소중해진 것이었다.

더이상 나는 재기하지 못할 것이다.

건강이나마 잃지 않기 위해 절벽 끝에 서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지만

그것을 잃은 것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처 : 해별이의 달달한 블로그https://m.blog.naver.com/shj0504/22196636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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