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라 Dec 23. 2023

내 집짓기 위해 해야 할 것

실패를 줄이기 위해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마음의 준비만 완벽했다.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집을 짓고 싶다는 욕망만이 존재했다. 대출이라는 대출은 모두 끌어와 무조건 실행력으로 시작했다.


  광고 보고 찾아가 계약금 날리고 지인이 옆에서 집을 짓는 것을 보니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계약하려다 속임수를 쓰려는 모습에 계약을 취소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짓고 싶다는 강한 마음에 편향된 시각이 형성되어 멀리 보는 눈이 모두 닫혀버렸다. 무조건 짓는다. 어떻게 해서든 짓는다.


  대출로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니 돈에 쫓겼으며 한 푼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땐 집에 대한 프로그램을 많이 해주던 때였다. 자주 챙겨보던 'EBS 건축탐구 집' 프로그램에서 한국의 한옥과 서양의 팀버프레임 편을 보여줬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래 저거다 싶었다. 현대적인 한옥집을 짓고 싶었지만 한옥은 평단가가 비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한옥이었다. 멀리서만 쳐다보며 나도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다. 견적이라도 받아볼 것을 왜 견적도 안 받았는지 모르겠다. 팀버프레임은 서양식 건축방식으로 한옥처럼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기로 한다는 점이 좋았다.


  팀버프레임을 검색하여 회사로 연락했다. 그리고 찾아갔다. 나의 귀인이 되어줄 것이라 섣불리 믿으며.


  이때 가장 실 수 한 것이 주변에서 모두 이야기했던 설계는 꼭 해야 한다는 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설계비용 아끼려다 나중에 돈 더 들어간다는 말도 들었었다. 그때 나의 생각은 그랬던 것 같다. 나에겐 그런 일들은 생기지 않는다. 돈을 아끼자. 어리석은...


"안녕하세요. 저는 일억 육천이 있습니다. 작은 평수라도 좋으니 전 그 돈으로 꼭 집을 짓고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는 나였다. 어리석었고 무지했다.

 

  팀버프레임 회사에서 설계는 보통 돈을 받고 해 주지만 이번엔 생각해서 받지 않고 해 주겠다 했다. 고맙다고 얼마나 인사를 했던지 그 인사 회수하고 싶다. 팀버프레임 장인이라 자칭하는 그 사람의 이상야릇한 표현들을 그때는 믿음이라 생각했었다.


  팀버프레임 장인이라는 사람이 그려준 설계를 가지고 허가설계를 해줄 분을 찾아다녔다. 처음 찾아갔던 곳에서는 자기는 못해주겠다고 했다. 사람이 살만한 집을 그려줘야지 이거 아무리 허가설계지만 내 이름 들어가는 것이고 나중에 욕먹는 거 싫다고 했다. 그렇게 첫 번째 허가설계는 퇴짜 맞았다. 그때라도 눈치를 챘어야 했다. 


  불안했지만 치목비용으로 들어간 돈이 있었기에 되돌릴 수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무조건 믿기로 했다. 물은 엎질러졌고 공사는 진행되었다. 삐그덕 거림도 감수하며 갔다. 이미 건축주인 난 갑이 아니라 을이었다. 저 사람 속 건드렸다가 어찌 될까 싶어 조마조마하며 하고 싶은 말도 아끼며 끙끙거렸다.


   집은 제법 모양을 잡아갔다. 보일러 배관을 깔고 전기 연결을 하고 공간을 나누고 있을 무렵.


"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자제를 구매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10% 공사비용을 미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집도 있고 와이프도 있고 자식도 있습니다. 저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족이 해결해 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요즘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안되신다면 제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해야죠"


  그땐 그 말을 들으며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의 감정은 뭐였을까? 이렇게 슬픈 날을 예견했을까? 왜 눈물이 났을까?


  나의 직감을 알아채주었어야 했다. 모든 사람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직감을 믿어줘야 하는데 자신의 직감을 믿어 주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 이후 마무리 공사는 눈에 보이도록 대충 이루어졌고 코로나로 인해 2주 동안 발이 묶여 공사장에 가보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공사는 그때 모두 이루어졌다.

준공받기도 참 어려웠으며 얻어지는 것 없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자잘하게 하자들이 생기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겁먹은 내가 되어 절절맨다. 

팀버프레임 장인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활동은 활발히 하고 있지만 하자에 대한 책임은 짓지 않고 있으며 나의 연락은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집 식탁에 앉아했던 말이 생각난다. 


"미안한 마음에 집을 짓지 않으려고 합니다. 교육만 하고 살려고 합니다."


이젠 알겠다. 헛소리를 자주 한다는 사실을.


  전원주택을 지을 땐 거쳐야 할 절차를 꼭 지켜야 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는 필수다. 감리도 필수다. 내가 지식이 없을수록 더욱이. 그것이 나를 보호해 주는 보험 장치인 것이었다. 계약서도 잘 따져봐야 한다. 내가 쓴 계약서는 효력 없는 계약서라고 한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계약서였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나는 인생을 배웠고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다. 두려우면 뒤로 물러나고 피했었다. 아닌 척 물러나 웃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고 비겁한 나도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기분이 좋다가 나쁘다가 고민스러움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