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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May 12. 2024

쉰하나마흔 하나

혼자 사는 것도 괜찮은데요.

우리 애들 중신 좀 해.

쉰 하나, 마흔 하나여.

나이 들어가는데 여즉 결혼을 못했어.


오로지 자녀들 결혼 걱정이 전부이신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의 대화는 자녀들 중매하라는 얘기가 전부다. 얼마나 애가 타시는지 모든 사람에게 사정하신다.


'혼자 사는 것도 괜찮아요.

능력 있으면 멋있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되잖아요.'

상황파악 못한 내가 처음 했던 말이다.

'아, 안 돼야!

결혼은 꼭 해야 써.

혼자 늙어가면 안 돼!'

그거였다. 자녀들이 혼자 늙어  가는 것이 걱정스러우신 거다.


심하지는 않지만 치매가 있으시다. 혼자 늙어갈 자녀에 대한 걱정뿐이다. 자녀는 이미 중년이다. 어르신은 치매에 걸렸다. 그 상황에서도 엄마다. 다른 요양사들 얘기로는 자녀들이 괜찮다고 한다.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란다. 이유야 어떻든 어르신은 혼자 늙어갈 자녀가 안타까우신 거다.


나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다.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싶다. 아이들만 바라보고 견디며 살아온 시간들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았더라면? 아이들이 잘 자라줘서 보람은 있다. 그러나 내 삶을 살아보지 못한 아쉬움은 항상 남아 있다.


유난한 시어머니와 자기 가족 밖에 모르는 남편을 만나 내 삶이 없어져 버렸다. 아이들이라도 잘 키우고 싶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유난한 요구들을 다 들어주었다. 나를 사랑해 주고, 품어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를 버렸다.


혼자였더라면 아마도 나를 대우해 주며 살았을 거다. 가족이 없어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 또 다른 만남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짝 맞추기 위한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짝 맞추기 위한 결혼은 하지 마라고 했다.

너무 사랑해서 이 사람  아니면 숨도 못 쉬겠다 싶으면 결혼하라 했다. 집안의 유일한 아들에게 이런 정신 교육을 시켰다. 남편이 알면 그 큰 눈이 더 커질 일이겠지만!

아들은 천년의 짝을 만났다. 긴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은 함께라 너무 행복하단다. 고마운 일이다.


딸아이는 비혼주의자다. 어떤 놈을 만날지 몰라서란다.

엄마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결혼한 거 아니냐고.

살아봐야 아는 일인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단다. 열심히 일 하고, 여행도 다니고 자기 삶을 꾸려가겠다고 한다. 그러라 했다.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면 그도 괜찮다 했다.


오늘도 어르신은 자녀들 중매하라 하신다.

'쉰하나마흔 하나여'

내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런데 어르신 자녀들은 나이를 안 먹어요.

작년에도 쉰 하나 마흔 하나였잖아요.

해가 바뀌었는데도 쉰 하나 마흔 하나예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한 어르신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사람 있으면 제일 먼저 중신할게요.'

공허한 약속이다. 그래도 어르신의 얼굴에는 함박꽃이 핀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다른 답이 있다.

''혼자라도 괜찮아요.

좋은 사람들과 만나며 더 풍성한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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