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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Jul 04. 2024

영어 동화책으로 시작한 원서 읽기

인생2막 버킷리스트 - 영어 원서 읽기

영어 원서 읽기를 영어 동화책으로 시작했다.

단어를 따로 열심히 외우는 것이 너무 싫었다.

영어 동화책으로 원서 읽기를 시작한 첫 번째 이유다.

학교 다닐 때도 단어 외우는 것을 싫어 했다. 이 나이에 단어를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단어만 아니라 뭐든 돌아서면 잊어 버린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영어책을 무식하게 많이 읽으면 단어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

질보다는 양으로 그냥 무조건 읽다 보면 생기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을 영어 동화책으로 키운 경험이다.  우리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영어 동화책으로 자랐다.

절대 해석은 해 주지 않았다. 그냥 재밌게 읽어 주는 것, CD가 있으면 들려 주는 것, 그리고 영어 동화책에서 힌트를 얻은 액티비티로 영어를 즐기게 해 주는 것.

딱 그것만 했다.


그렇게 영어 동화책과 자란 아이들은 우리말과 간극이 별로 없는 영어를 한다. 두 아이 모두 영어 원서를 편하게 읽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따로 영어 공부를 하지 않고 원서만 읽었다. 따로 단어를 외우지도 않았다. 책 속에서 단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미국애들이 자기들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는 방법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듣고 읽으며 단어를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문장 자체에도 익숙해진다.


나도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 저런 감각이 생길까 항상 궁금했다. 몇 번 시도를 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영어 동화책이 왜 그리도 어려운지. .

아이들이 지금처럼 영어를 하도록 키운 엄마다. 내가 영어를 못해도 영어를 계속 접하게 했다.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만 했다. 그런데 도저히 나 스스로는 감당이 안되었다. 영어를 즐기는 것이 너무 중요한 포인트다. 나는 영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냥 읽으라고 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낌만 가지고 계속 읽으라고 했다.


몇 년간 수박 겉핡기만 하다가 제대로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줄 정도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 자주 가서 30권 정도를 쌓아 놓고 읽고 왔다. 잘 읽는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한 줄만 읽는 것이 지겨웠다. 3~4줄 정도로 옮겨 갔다. 그 때부터는 책을 빌려 와서 두세번 정도

반복해서 읽었다.

조금씩 문장이 늘어난 동화책을 읽어 나갔다. 그래도 가끔은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두줄 짜리 동화책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50권 정도를 한 번에 읽고 나면 머리에 쥐가 났다.


6개월 정도를 몸부림을 쳤다. 한 페이지에 기껏해야 6~7줄 정도의 영어 동화책을 읽는 정도였다. 그것도 결코 쉬운 느낌은 아닌 여전히 머리에 쥐가 나는 상황이었다.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뭘 잘못 먹었는지,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어린이용 세계 명작에 손이 갔다. 30권 정도의 시리즈다. 우리 나라 아이들로 친다면 초등학교3~4학년 정도가 읽을 수준인 것 같다. 처음에는 두께에 압도 당해서 괜히 시작했다 싶었다. 그림도 거의 없이 한 페이지 전체가 영어 문장이다. 꽉 찬 영어 문장을 읽는 것이 마치 뜨거운 압력솥에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 때쯤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게 되었다. 인증을 위해 매일 한 시간을 끙끙대며 읽었다. 정말 이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로 꽉 찬 페이지가 견딜만해졌다. 압력솥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여전히 솥단지 안에서

뜨거워서 몸부림을 치는 느낌이었지만 최소한 짓누르는 느낌은 많이 벗어났다.

그 때부터 문어발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작전상 문어발 영업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매일 1시간을 인증하기 위해 영어책을 읽어야만 했었다. 책이 힘들어서 도저히 한 시간을 채울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일을 하고 있으니 매일 한 시간을 온전히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웠다. 짬시간을 쓰기 위해 영어책을 여기저기 두고 읽었다. 하나의 책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좋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정말 젖더라!  

뭐가 되겠나 싶은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 문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문장은'안녕하세요?'다. 자주 '댁은 누구신지 전혀 알 수가 없네요'도 있다. 그래도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는 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신기하다. 꾸준함이 답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가끔 따라하는 유투브의 시니어 운동 강사가 하는 말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영어책을 읽는 습관을 만든지 1년이 지났다. 이제는 두꺼운 영어 원서도 마음으로 부담스럽지는 않다. 아직은 능력치가 안되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다. 일단 마음에서 영어 원서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나니 편하다. 언제든 읽을 수 있으니까! 그냥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기만 하면 된다.


가끔 어린이 도서관에 간다. 정말 짧고, 그림이 예쁜 영어 동화책을 골라서 쌓는다. 그림이 예쁜 동화책을 정말 좋아 한다.  편안한 의자에 푹 파묻혀서 영어 동화책을 읽는다.

영어 동화책에 몰입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답답하던 영어 동화책이다. 이제는 느낌으로 읽는다.

우리말로 해석을 하라면 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전체적인 스토리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다.  그냥 '느낌 아니까'다.

예쁜 그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따로 없다. 그런데 가끔 아직도 머리에 쥐는 난다. 예쁜 그림은 힐링인데. .

영어 문장은 스트레스다. 더하기 빼기 하면 이제는 그래도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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