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알리지 말라.'
엄마는 이순신 장군은
아니지만 꽤나 비장한
표정과 어투로
말씀하셨다.
엄마가 쓴 글들을 올려놓은
블로그나 인스타를
가족들에게 공개하자는
내 말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었다.
가족들에게 엄마의 글을
격려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혹시 엄마가 글쓰기를
그만하고 다시 동굴로
돌아가고 싶어도 쉽게
그만두지 못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일종의 덫이라고나 할까?
엄마가 그렇게 완강하게
거부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었는데..
엄마는 그냥 창피하다고만
이유를 말할 뿐이었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알게 되는 것이
싫다는 설명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주변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그저 그늘로 숨으며
스스로를 지켜왔던 엄마의
상처 때문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엄마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날까지..
그리고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는 그날이
오기만 기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