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성지순례 간다.
이번주는 오지 마라'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매주 금요일은 엄마에게
가는 날인데 수요일에
연락이 왔다.
보청기를 하고 한 주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빨리 엄마가 움직일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교회에서 인천으로 성지순례를
가는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다는
말씀이었다.
그다음 주.
엄마에게 갔을 때
엄마는 성지순례 다녀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오랜만에 사람들하고 버스 타고
가니까 너무 재미있었단다.
글로도 써 놓으신 것을 보여주셔서
엄마의 블로그에 올려 드렸다.
보청기를 해도 어느 음역대의
소리는 들리지를 않아서
성지순례 중에 하는 이야기를
거의 못 들었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그래도 다시 혼자 숨는 삶은
안 하시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하신 것 같았다.
성지순례를 인도했던 목사님의
목소리가 또렷이 잘 들리셨다고,
그 목사님 성함을 알아 달라고
며느리에게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그 목사님이 하시는 성경공부든
어떤 프로그램이 있으면 가서
해 보고 싶으시다는 뜻이었다.
엄마의 든든한 응원군인 올케는
기어이 그 목사님의 성함을
알아냈고, 진행하시는
성경 공부를 찾아냈다.
이미 많이 진행이 된 상황이라
2번밖에 안 남았지만,
엄마의 열정은 그 두 번의
성경공부에 열심을 냈다.
수업은 끝났지만 받은 자료로
혼자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고
계신다.
내년 봄 다시 그 목사님의
성경공부 시간을 기다리며.
엄마는 글쓰기를 하며
스스로를 가두었던 어두운
동굴에서 걸어 나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