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신날.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지난 여름 아버지의
기일이후 첫 만남이었다.
너무나도 변한 엄마의 표정에
모두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주 보는 나조차도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 .
(이사를 하느라 3주 정도
못찾아 뵈었다)
너무 밝고 환한 표정,
너무 고운 얼굴빛,
안하시던 화장까지 곱게
하신 모습은 엄마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작년 엄마 생일에도 가족들이
모였었다. 그 때도 엄마는 귀가
안들리셨다. 엄마 생일에 모였으니
함께 앉아 이야기꽃을 피워야
했는데 어느 틈에 엄마는
자리를 피하셨던 기억이 난다.
우리 남매와 올케들이 재밌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뭘 가지러
가신다고 올라가셔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나시고는 했었다.
(동생네 집은 3층, 가족 모임은
항상 지하실의 응접실에서 한다)
생신이 지나고 엄마를 뵈러 간
나에게, 그 날 귀가 안들려서
그냥 자꾸 자리를 피하게
되더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이번 생신에는 한 번도 자리를
피하지 않으시고 가족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함께
나누시며 행복하게 웃으셨다.
새로 장만한 보청기 덕분에
잘 들린다고 예쁜 미소까지
지으셨다.
그래도 맞지 않는 음역대가 있어서
아주 편하지는 않으시다고는 하셨다.
하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더 이상은 피하지 않고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신대로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셨다.
엄마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격려와 나이가 들어도
다시 세상으로 나가 삶을 누리기로
결심한 엄마의 의지가 합쳐져서
엄마의 새 삶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