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
7.9(화) 구름 낀 날씨. 정말 양떼구름이 보인다^^.
6:30 기상. 10:00쯤 다음 숙소 세팅 후 중앙묘지로 갈 계획. 시간 되면 그린칭까지 둘러보고 오려 한다. 빈 외곽에 있는 그린칭은 예부터 포도를 재배하던 곳. 그래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햇와인을 파는 호이리게가 유명하다.
예약한 jl aprtsments에는 조금 일찍 도착하다. u2 Taborstrasse에서 내려 miesbachagsse를 찾았지만 생각보다 먼 듯해 결국 지나가던 여인에게 물어보다. 거리만 발견하면 숙소에 간판이 있어 건물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너무 일찍 왔나 쭈뼛거리자 주인은 1층을 쓰라고 한다. 평소라면 1층은 좀 그렇다고 할 만했지만, 짐만 맡기려던 차에 방을 주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결국 예민한 여행자는 이곳에 묵는 내내 창문을 자유롭게 열지 못했다는;;
숙소 주인이 가르쳐준 billa(슈퍼)에서 55.25유로어치나 장을 보다. 피곤하면 판단이 느려져 몇 그램인지 생각 안 하고 막 싼 거 산다고 했는데 그게 더 비싼 거였어;;; 일단 눈이 너무 안 보이니까 빠른 판단은 물 건너간 듯하다. 눈이 나쁜 여행자는 몇 배나 고되다.
숙소 옮겼지, 장도 봤지, 만사 귀찮아진 여행자는 그린칭을 포기하고 문제가 생긴 휴대폰을 들고 a1으로 간다. 14:00쯤 출발. spar에서 billa에는 없었던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사고 그게 뭐라고 뿌듯해하다. 시내를 질주하는 관광객용인 듯한 빨간 레트로카가 귀엽다.
국립오페라하우스는 다시 봐도 '크다'를 넘어서 웅장하다. 19세기 중반에 만들어졌지만 2차 대전 중 심각하게 무너졌고, 이후 보수작업을 거쳐 1955년 재개관됐다. 파리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스칼라극장과 함께 유럽의 3대 오페라극장으로 꼽힌단다. 이 극장을 배경으로 한 알베르티나 박물관의 2층 테라스의 기마상과 야경은 '비포 선라이즈'에도 등장했다. 원처럼 이어져 트램이 다니는 링슈트라세는 황제의 영광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로. 관광객들은 트램을 타고 링슈트라세만 따라가도 케른트너 거리, 슈테판 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시청 등 빈의 상징물을 모두 볼 수 있다. 그 옛날 황제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건설된 도로가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셈이다.
이 거리의 상징이라고도 할 오페라하우스 앞에는 언제나처럼 공연 관람을 권하는 삐끼가 즐비하고 홉앤호프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케른트너 거리의 a1에서 문제 해결^^ 기계와 안 친한 것이 치명적인 문제다.
이제 여유로워진 여행자는 그라벤 거리 끝자락에서 아이스크림(에델바이스베리와 망고)을 사먹는다. 2 유로. 베리가 맛나다. 아이스크림 차 앞은 바로 성 슈테판 성당.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건물이다. 1세기 최초의 기독교 순교자 성 슈테판(스테파노나 에스테반으로도 불린다)에게 봉헌됐다. 성 슈테판은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라비들을 비판하다 돌을 맞고 순교한 인물이다. 이 성당은 12세기 중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14세기 중반에 고딕 양식으로 개축된다. 2차 대전 중 크게 부서져 전쟁 직후 복원됐다. 이곳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뿐 아니라 헝가리 왕들의 장례식도 진행됐고 하이든의 결혼식,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 비발디의 장례식도 치러졌단다. 지금은 공사 중인지 막아놓은 데가 꽤 있다. 지붕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 지난번 빈에 왔을 때 올라가 레고 같은 지붕에 많이 감탄했으니까 이번에는 패스하기로 하다. 대신 성당에 초 2개를 꽂다. 가고일들, 성당 모형, 빈답게 음악회를 알리는 포스터들, 인상적인 오르간.... 슈테판 성당을 나와 퍼뜩 세속으로 돌아온 여행자는 바로 앞의 mwf에서 뒤집개와 1인 계란삶는 기계를 29.98유로에 산다. 세일 중이라 '득템'을 외치면서.
성 슈테판 성당 옆에서 케른트너 거리와 교차하는 그라벤 거리는 빈의 번화가다. 그라벤 거리의 기원은 트렌치, 즉 해자다. 빈이 고대 고마제국의 도시였던 당시 구시가를 둘러싼 해자가 있었다.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성 레오폴트 3세 분수와 페스트 기둥, 성베드로 성당과 화재에 대비한 물 공급이 목적이었던 성요셉분수가 눈에 띈다. 성 레오폴트 3세는 합스부르크가가 오스트리아를 지배하기 전의 왕가인 바벤베르크 출신 왕으로 오스트리아에 수도원을 많이 지었다. 15세기 말 시성됐고 17세기 중반 이 나라의 수호성인이 됐다. 페스트 기둥은 삼위일체 기둥으로도 불리는 페스트 종식을 기념하는 상징물. 신에 감사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내친 김에 제체시온까지 가보기로 하다. 케른트너 거리를 따라가면 금빛 월계수잎을 새긴 돔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제체시온 건물. 19세기 말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번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구시대의 예술을 타파하려는 운동이 제체시온이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앞장서 진보적 예술을 외치며 건축, 공예. 회화, 조각 등을 새로운 시대에 호응하는 예술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제체시온 건물은 당시 새로운 작품의 전시실이었다.
오늘은 시간이 촉박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제체시온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날로 이어진다.
19:00쯤 귀가. 오다 보니 아침에 봤던 목공소? 창고? 같은 곳이 핫한 카페였다. 앞서 사둔 스테이크(with 홀그레인겨자)와 키안티와인, 적양파(with 고추장)으로 저녁식사를 준비하다. tv는 작동하지 않아 포기하다. 소심하게 문 열고 서큘레이터도 작동해가며 냄새를 빼는 중. 이건 애로 사항일세. 맞은편 아파트에서 창문 열고 쳐다보는 개가 귀여워 알은체를 했지만 그아이는 그닥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저장해온 '러브 액추얼리'를 보다. 내일은 체스키행. westbahnhof역 앞 mercure westbahnhof 호텔 앞에서 ck셔틀을 타야 한다.
번외:jl아파트
*동네 좋다. 핫한 카페도 있고 큰 공원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거리 있다. 짐 있어서 아침에는 슬펐음.
*주인은 친절한 동양인. 그러나 아무것도 세세하게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tv 켜는 법도. 인덕션 문제는 메일 보내 해결했다
*좀 낡았다. 욕실 나무 군데군데 벗겨진 것이 눈에 띈다.
*no 환풍기. 음식 냄새 때문에 좀 곤란했다. 1층이라 문을 막 열기도 그랬고;;
*샤워기가 다양. 키가 작아 멀티한 것은 얼굴을 강타한다.
*의자가 플라스틱이라 좀 신경 쓰임. 망가질 것 같아;;
*선풍기 있다.
*공간 활용이 편하다. 화장실 샤워부스 문도 꽉 닫혀 물이 새나오지 않는다.
*침대가 엑베스러워 오래 머물기는 힘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