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테크의 장점과 단점
무슨 무슨 테크(Tehcnology)라는 용어가 유행한지 오래다. 과거에는 매거진이나 기사에서나 볼법했지 대략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산 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흔히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체감상 가상 화폐가 기록적인 이익을 갱신하면서 투자와 재테크는 금융인들만의 용어가 아니게 되었다. 선물 투자, 지수 투자, 주식 투자, 가상 화폐 투자, 그림 투자 등등 다양한 투자 종류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게 되었다. 좌우지간 생뚱맞게 왜 서문부터 투자 이야기로 시작하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이번부터 이 브런치 블로그의 알파이자 오메가요, 본질인 북테크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다.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모든 존재에 욕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정 스님의 입적을 뉴스로 본 사람들이라면 법정 스님의 베스트 셀러 서적 <무쇼유>의 중고 거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입적에 들기 전, 모든 것을 남기고 싶지 않아하던 법정 스님은 자신의 저서 <무소유> 또한 절판을 시켰고, 앞으로 무소유를 읽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또는 앞으로 무소유의 중고 거래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독자들은 너도나도 무소유를 구입하면서 한 때 중고 거래가가 3-4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무소유는 기본적으로 인쇄가 이미 많이 이루어진 책이었고, 법정 스님의 입적 이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책을 중고 시장에 내놓아버린 나머지 현재 무소유의 가격은 천원까지 떨어졌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을지 서적에서 출간한 셰익스피어 전집 삼정판은 세익스피어 번역자의 최고봉이라 할수 있는 김재남 교수의 세번째 개정판으로 흔히들 독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칭하는 '벽돌'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대략 1800페이지 이상으로 희극, 비극, 사극 전부를 포함한 세익스피어의 모든 희곡들뿐만 아니라 그의 시작들도 모두 한권에다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번역하여 다양한 전집이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이 책은 중고 시장에 잘 나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한번도 떨어지지 않은채 여전히 3-40만원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애초부터 적은 수량을 인쇄했고, 김재남 교수의 꼼꼼한 검수를 세번이나 거쳐 번역의 완성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1800페이지에 달하며 엄청난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는 책의 외양도 한몫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컨대 국내 세익스피어 수용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이니 서적이나 수량이 적기 때문이다.
북테크의 시작은 절판이다. 절판이 되고나서 가치가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예상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에 인쇄가 진행되는 책들의 절판 여부는 해당 출판사의 직원이 아니고서야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북테크를 시작하려면 이미 절판된 책들을 통해서 하는 것이 용이하다. 북테크를 시작하는 방법론은 추후 설명하기로 하고 북테크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겠다.
먼저 북테크의 첫번째 장점은 소신껏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추후의 득실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 내가 읽기 좋은 책들을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가 관심도 없는 종목의 주식이나 금투자 같은 경우는 손해를 보면 심히 마음이 아프지만 서적의 경우 가격이 내려가도 두고두고 읽으면 되니까 상관이 없다. 따라서 투자의 기능과 순수한 수집과 독서의 기능 고르게 양립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두번째 장점은 수익률이 좋다는 것이다. 헌책은 저렴하게 구하면 천원 이내로도 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누누군가 이사라도 한다면 공짜로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희귀한 서적이라면 수익률은 기본 열배에서 잘하면 백배의 수익도 낼 수 있다. 필자의 경우를 사례로 들면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책으로 약 20만원의 수익을 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해하며 안된다 나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좋다는 것이지 수입의 양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헌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려면 희귀한 서적 위주로 판매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헌책방처럼 박리다매의 전술로 나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 장담한다. 물론 현재 현책방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본다면...... 다른 좋은 직업을 가져보도록 하자.
세번째 장점은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때로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북테크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책벌레가 아니라면 절대 진입할 수 없다. 무엇이 희귀한 서적인지, 무엇이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인지를 알려면 책을 많이 사봐야 한다. 더구나 책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역사, 철학, 문학, 자기계발서, 경제학, 미학, 도록 등등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필자는 예술 전공생이었기 때문에 미학, 철학, 역사, 문학 위주로 수집을 한다. 나머지 자기계발, 경제학 등의 분야는 무엇이 희귀한지 무엇이 수익을 내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책을 사서 모은다 하더라도 분야를 특정하고 좁게 들어가야 한다. 요컨대 책덕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7-8년을 수집하니 수익을 내는 요령이 생겼다.
이외에도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북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막대한 손해가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가격이 떨어지면 내가 읽으면 그만이니 가격이 떨어져도 배가 아프지 않다. 따라서 북테크를 시도해보려면 내가 읽고싶어하는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또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을 위주로 구입하도록 하자. 또한 희귀한 책들을 선발하는 것은 어렵지만 거래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 아이들에게도 투자와 경제를 익히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장점만 있을리는 없다. 당연히 단점도 존재한다. 다음 글에는 북테크의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