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요즘 아침마다 출판 기획서에 적힌 목차를 들여다본다.
목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내가 이 주제는 왜 잡은 거지? 목차 과제를 대충 빨리 끝내려고 적어놓은 것인가?
쓸만한 목차가 없다.
목차를 다 갈아엎고 싶었던 때가 떠오른다. 아니다. 다시 그 마음을 고이 접어 가슴에다 묻는다.
심호흡 한번하고 천천히 목차를 다시 들여다본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삵의 눈빛으로다가!
오늘은 낭독 모임 3기 모집을 앞두고 ‘낭독 어렵지 않아요’ 목차를 골랐다.
‘낭독 어렵지 않아요’라니 참 무서운 말이다. 그렇다 나에게도 낭독은 어렵다. 그런데 어렵지 않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목차를 뽑았다고 해도 자판에 손이 언 채로 멈춰있다. 텅 빈 머릿속은 먼지만 날린다. 처음엔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주저리주저리 정리되지 않은 수다들이 쏟아져 나왔다면 지금은 같은 말만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다시 읽기가 두려워 일단 쓰고 읽지는 않는다. 프리라이팅은 원래 이런 거라며.
다른 목차 아래 같은 말만 반복한다. 백스페이스키 누르기를 반복한다. 오늘까지 12꼭지 완성해야 하는데, 안 그럼 계획표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어쩌지….
이럴 땐 일단 멈추고 본다. 마음을 괴롭히지 말자. 산책하자. 달리기를 하자. 가출한 줄 알았던 정신 줄은 브런치에 글을 쓸 정도는 아직 남아있잖아. 이러고 털어내고 다시 담아내면 되는 것이다.
어젯밤 발성을 쉽게 알려주는 영상을 보다 잠이 들었다.
‘낭독이 어렵지 않다’라고 선전포고했으니,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내 몫이다.
그 어려운 마음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면 거꺼이 받아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