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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누군가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된다는 것은

by 말상믿


요즘 일상에 마라톤 뛰는 것이 좋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 10km 이상 마라톤을 뛰고 있다. 마라톤에 관심을 갖다 보니 예전에는 보지도 않았던 마라톤 대회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서울 동아 마라톤에 페이스메이커를 뛰는 분들을 보았다. 선수들이 일정한 속도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함께 뛰어주는 것이었다.


2월에 뛰었던 고구려 마라톤에 하프를 뛸 때도 나는 혼자 뛰었지만 함께 참가한 단체에서 중간중간 페이스메이커들이 함께 뛰어 주는 모습을 보니 이래서 함께 하는구나를 느꼈다.


페이스메이커의 뜻은 영어로 pacemaker로 쓴다. 속도를 의미하는 pace와 '만들다'라는 의미의 동사 make에 'r'을 붙여서 만드는 사람이 합쳐진 표현이라고 한다. 이 페이스메이커가 스포츠의 의미에서는 실제로는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나 자전거 경기 따위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라는 뜻이라고 한다.(표준 국어 대사전)


스포츠에서 선수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페이스메이커라고 한다. 대략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뛸 때 30km 정도까지만 함께 달려준다고 한다.


마라톤의 특성상 10km만 달려봐도 혼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그런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분명 같이 뛰는 사람이 있다면 힘은 들지만 그 사람을 보면서 뛸 수 있게 해 준다.


마라톤도 인생도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성장을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면 훨씬 빠른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친구와 함께 10km 마라톤을 뛰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라톤을 뛰던 친구는 아니었다. 내가 마라톤을 뛰는 것을 보면서 흥미를 가지고 시작했다.


보통 3km 정도 뛰고 많이 뛴 날은 5km를 뛰며 최고 많이 뛴 날이 6km를 뛰었다고 했다. 그런데 항상 그 정도에서 더 이상 뛰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시간이 되면 함께 10km를 뛰어 주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미리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가 월 수 금 마라톤을 뛴다는 것을 알기에 전화로 함께 뛰자 약속을 하고 만날 장소로 향했다.


집 앞 개천은 그 친구의 동네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 대략 4km, 왕복 8km이며 광교 호수공원까지 돌면 10km 되는 코스다.


친구의 동네까지 먼저 뛰고 그곳에서 친구와 합류해 함께 뛰면 그 친구는 10km를 뛰고 나는 15km를 뛰는 코스다. 마라톤을 뛰고 함께 점심 식사하고 걸어서 다시 4km를 오는 것을 계획했다. 친구가 10km를 처음으로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시작 전 친구는 10km는 절대 못 뛴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결국 10km를 뛰었다. 그것도 평소 자신의 평균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기록까지 세웠다. 먼저 4km를 뛰어논 나를 보며 조금 더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가 된다는 것이 이런 걸까? 나는 전문적인 마라톤을 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페이스대로 뛰고 싶은 만큼 뛴다. 그런데 오늘 친구에게는 그런 나도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함께 뛰는 나를 보면서 힘들었지만 계속 뛰다 보니 10km를 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뛰었으면 매번 자신이 정한 한계에서 멈췄을 텐데 함께 하니 뛸 수 있었다고 자신의 기록에 마냥 신기해했다.


함께 한 이날의 도전이 친구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본다.


때로는 아주 잘하지 않아도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 있고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참 좋은 일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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