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남편 공장에 작게 시작한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계절 채소들을 심는다. 남편 공장은 텃밭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공장이 위치한 곳은 한적한 야산 옆에 자리 잡아 어느 곳보다도 조용하고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시골 풍경을 자아낸다.
함께 위치한 몇몇 공장들도 작은 중소기업들이라 조용하고 바로 뒤 야산에는 이런저런 자연물들이 많아 아침저녁 산책을 즐기며 자연에서 나는 각종 봄나물들이나 산나물들을 채취하기 좋다.
자주 가고 싶지만 직원들도 있고 불편해할 것 같아 주말에만 간다. 그래서 난 주말 농부다.
텃밭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것들을 심고 가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산나물들을 얻게 된다. 거래처 사장님이 봄나물이라며 가져다준 원추리와 돼지감자.
남편이 즐겨보는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한 번씩 봤던 돼지감자를 한가득 가져오셨다. 나는 시골 태생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먹어 본 적 없는 돼지감자와 원추리를 받아 들고 잠깐 고민에 잠겼다.
돼지감자 절반은 공장 옆 야산에 다시 심어 보기로 하고 절반만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본 대로 돼지감자 깍두기를 담았다.
그리고 한 번씩 봄이면 지나가다 봤을 법한 원추리를 비닐봉지 가득 주셔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뭐 봄에 나온 나물치고 안 좋은 게 없으니 일단 무쳐서 먹어보기로 했다.
거래처 사장님은 우리보다 텃밭에 더 관심이 많아 안 키우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키우신다. 작년에 명이나물과 당귀도 한 박스를 주셔서 장아찌를 담가 한동안 맛있게 먹었다.
올해 자연에서 난 첫 수확물인 돼지감자는 깍두기를 담아 거래처 사장님께도 드리고 딸들에게도 주었다.
돼지감자는 겨울 동안 묵혀 이른 봄에 캐면 당도가 더 높아져 아삭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그 맛이 새삼 궁금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돼지감자도 그렇고 원추리나물도 상상 이상이다.
돼지감자는 작고 못생기기는 했지만 식감은 달콤한 배, 아삭한 감 같기도 하다. 왜 야생 멧돼지들이 그렇게 돼지감자만 보면 다 파서 먹는지 알 것 같다. 기대하지 않고 '이런 것도 먹나'라고 생각했는데 맛은 그 생각을 깨기에 충분하다.
원추리도 요리방법 검색 결과 '뭐 그냥 그럴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무쳤지만 다음 봄에는 원추리를 텃밭 한쪽에 심어 두고 새싹이 나오면 바로 채취해 해마다 무쳐 먹고 싶을 정도로 식감이 아삭하고 맛있다.
초고추장에 식초를 가미하고 매실청에 매운 고춧가루를 넣고 무쳤는데 새콤달콤 봄 입맛 돋우는데 최고다. 원추리는 독성 성분이 있어 삶은 다음 두 시간 넘게 물에 담근 뒤 무쳤다.
자연은 지천이 곳간이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자연은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한 번 심어놓은 것들은 추운 겨울을 지나 어김없이 또 새싹을 내밀며 먹을거리들을 준다.
이런 봄나물들은 시기에 맞게 마트에 가면 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봄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면서 채취할 때의 기분은 너무 좋다.
그래서 텃밭을 가꾸는 매력에 빠지게 되나 보다.
봄이오니 냉이며 쑥이며 달래며 각종 봄나물들이 고개를 내민다. 이제 조금 있으면 두릅이며 각종 산야초들도 싹을 올릴 것이다.
이 봄 자연이 주는 선물에 참 감사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