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휴일 아침이다. 주말 아침이지만 간단한 아침 식사 후 10시가 넘도록 주방 일을 했다. 어제 텃밭에서 따온 메리골드를 저녁에 깨끗이 씻어 물이 빠지도록 놔둔 터라 아침에 건조기에 정리해서 건조를 시키고 있다. 주방 이곳저곳 둘러보니 열 일하는 것들이 많다.
차 포트에는 보이차를 우려먹으려고 올려놓아 연한 색이 우러나고 있고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는 가을에 딴 밤을 찌고 있다. 세탁실에는 어제 돌리지 못한 세탁물을 돌리느라 세탁기와 의류 건조기도 열 일을 하고 있다.
보조 주방에 메리골드를 말리고 있는 건조기에서 메리골드 특유의 향이 온 집안을 감싸고돈다. 메리골드를 건조하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향기에 취하게 된다.
다음 주 김장 준비로 마늘이며 생강을 다듬어 준비했다. 김치냉장고도 오늘 청소를 해 놓아야 한다.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주 김장하면서 정신없이 바빠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서 옮길 것은 옮겨놓고 자리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 휴일 아침 평소보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주방에는 여전히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이 많다.
오늘 글을 쓰지 않고 주방 일을 하다 보면 오전이 훌쩍 갈 것 같아 1차 마무리하고 책상에 앉았다. 이제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중요한 일상이 돼버린 글쓰기다.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휴일에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휴일이지만 남편은 회사에 나가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쁘고 딸들도 분가하고 나니 휴일에는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갖느라 집에 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다행히 예전처럼 우울하거나 심심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나 역시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정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 이런 혼자만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로 이런 시기를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혼자 있는 시간,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이 세 가지만 하더라도 하루는 꽉 찬다. 나이 들어 눈도 안 좋아 몇 시간째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눈이 흐려지고 뻑뻑해 힘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것이 좋고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이유는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책과 글쓰기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지적으로 보내기에 책 읽기와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물론 산책과 운동도 포함이다.
중년의 시간은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것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여전히 많은 시간에 뭘 할지 모르겠다면 독서와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거기에 건강은 빼놓을 수 없으니 운동은 당연 1순위다.
분주한 휴일 아침 혼자만의 시간도 참 좋다. 메리골드 꽃 차를 만들고 김장 준비를 하고 주방은 나의 손길을 부르지만 따뜻한 보이차 한잔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좋다. 여유로운 아침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나에게 여유를 준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