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고재비 Dec 21. 2023

#20231218

기록

#20231218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았다. 부옇게 밝아오는 새벽빛이 내린 거실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으로 유튜브 음악채널을 검색했다. 첫 화면에 띄워진 하얀 눈 배경을 클릭했다. 겨울 팝 음악이 흘러나오자 마치 눈밭에 누워 있는 듯 포근했다.

  여유를 부리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고 싶었지만 음악소리를 뒤로 한 채 부엌으로 향해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했다. 취향이 다른 두 아이는 아침도 늘 다른 메뉴를 요구한다. 하나는 달걀프라이, 하나는 군고구마. 가스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가 동시에 작동음을 내며 열심히 일을 했다. 사과를 깎아 함께 내어주면 아침준비는 끝이다.

 그래도 조금 컸다고 아침 준비 시간이 수월하다. 스스로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내놓은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들과 함께 남편도 출근 준비로 부산했다. 그 사이 나는 세탁기에 빨래를 쑤셔 넣고 작동버튼을 눌렀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수영가방을 챙겨 들었다. 8시 30분, 모두가 출동할 시간이다.


  남편은 회사로,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동네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회원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수영장 냄새가 훅 코를 자극했다. 어릴 때부터 수영장 냄새가 좋았다. 락스 냄새라고 하지만 내게는 즐거운 수영의 냄새다. 들뜬 마음으로 샤워장에 줄을 섰다.

 1000m. 스마트워치에 찍힌 오늘의 기록이 즐겁다. 오늘은 배영 팔 돌리기에 조금 더 집중했다. 어깨 롤링에 신경 쓰며 팔을 움직였다. 킥판 잡고 발차기하는 건 기록이 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었다. 추운 날 오랜만에 발걸음 한 수영장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끝나고 나면 이렇게나 개운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바빠졌다. 수영가방을 열어 수영복과 수모를 헹궈 말리고, 세탁기 속 빨래를 건조기로 옮겼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다시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고 텔레비전에서 유튜브 음악채널을 틀었다.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 아래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겨울 팝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기대 누웠다. 이제 잠시 쉬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