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회사를 퇴직한 후, 내 삶은 갑작스럽게 공허해졌다. 수십 년간 반복된 출퇴근과 회사에서의 일상이 전부였던 나에게, 퇴직은 생각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그 틀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삶의 방향을 잃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에세이라는 형식을 빌려 내 생각과 일상을 글로 써보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실험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내가 과연 글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점점 나 자신을 옥죄어 왔다. 솔직히 말해, 내 삶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왔고, 특별한 성취나 대단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삶을 글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럽고 창피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회사에서나 익숙했던 기획서, 보고서를 쓰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기조차 어려웠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기 전까지,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걱정만 커져갔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할까?”
두려움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쫓기듯 살았던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퇴직 후에는 그 공허함이 크게 다가왔다. 나라는 사람이 무의미한 존재로 세상에 버려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변화시킨 것은 나와 함께 회사를 퇴직한 선배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글을 써보라며 권유를 했고, 내 생각과 경험을 소중히 여겨주었다. 그들의 지원과 격려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극히도 평범한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 선배들은 말했다.
“네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반대로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야.”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선배들의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글을 쓰면서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글을 쓰는 이유와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단지 나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와 소통하는 통로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물론,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두려움은 마치 나를 가로막는 큰 벽처럼 느껴졌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이 우습게 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글을 쓰기 전부터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결과를 두려워하며 시작조차 못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라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그 결말을 예측하고 단정 짓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삶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결과는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시작과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쁨과 성취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그런 과정의 일환이다. 처음에는 두렵고 불안했지만, 글을 써나가면서 점점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또한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된다. 내 이야기를 하나씩 글로 풀어나가는 일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서, 내 삶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이다.
두려움을 이겨낸다는 것은 단지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두려움에 발목 잡혀 시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함께 끌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사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의 평범함이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과 불안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 평범함 속에서도 누군가는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고, 나의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도 소중한 기록이자 성찰의 도구가 되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 속에서 작은 성취와 기쁨을 발견하는 삶. 그것이 내가 지금 찾은 새로운 행복이다.
여전히 부족하고 서투른 필력이지만, 나는 오늘도 나의 소소한 일상을 한 글자씩 적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