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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Oct 04. 2024

꼰대스러운 나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경험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내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내 모습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꼰대라는 단어는 과거에는 나이와 권위가 있는 사람이나 선생님에게 은어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자신만의 생각을 강요하고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나도 어느새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 일러스트 출처 : chatGPT


꼰대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젊은 세대에서도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고 믿으며 타인에게 그 생각을 주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이 심해지는 줄 알지만, 나이가 많지 않아도 충분히 꼰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권위적인 문화에 대한 반감을 표출할 때도 꼰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이 단어는 시대와 함께 변화했고, 나 역시 그 변화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들어, 나는 나 자신이 꼰대스럽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것들이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미리 정해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 의견을 더 많이 말하려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내 생각을 주장하는 데만 급급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가족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서였다. 서로의 생활 습관이나 태도에 대해서 의견이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심코 내 경험을 근거로 가족들의 의견에 반대하고는 했다. 가령,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도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아내나 딸들이 새로운 방식이나 생각을 제시하면, 나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부터 하고,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그들이 잘못된 경험을 했다고 결론짓곤 했다.


이러한 내 태도는 비단 가족들과의 대화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내 의견이 맞다고 믿었고, 친구들이 내 의견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들을 설득하려 했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무기 삼아 그들을 비평하기에 바빴다. 마치 내 경험이 옳고, 그들은 내게 동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근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고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즐거워야 할 대화가 나로 인해서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져 나를 기피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들었다. 나의 꼰대스러움 때문에 그들이 내게서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왜 나는 내 경험을 일반화하며 그것이 옳다고 강요하려 하는가? 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부정하는 데 집중할까? 아마도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부정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올까 봐 겁이 나서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부정하고,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방어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깨달음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나는 더 이상 내 경험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이제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 경험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 다른 깨달음은 꼰대스러운 태도는 단지 나이와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자기만의 경험과 생각이 쌓인다. 그러나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꼰대가 될 수도, 지혜로운 어른이 될 수도 있다. 후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대화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내 생각을 주장하기보다는 먼저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을 때, 그것을 무조건 틀렸다고 여기지 않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뿐만 아니라,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깨우쳤으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꼰대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가진 경험만이 옳다고 믿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 역시 가치 있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나의 경험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겨왔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이제는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해야겠다. 오늘의 깨달음이 내게 작은 행복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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