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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ul 02. 2024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가끔 비 오는 날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일지라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이때만큼은 모든 것이 달라진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거리의 모든 것들이 빗물에 젖어가기 시작하며,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만 같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창문 밖 세상은 비에 젖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때문에 세상은 온통 흐릿해지고 모든 색깔은 번져나간다. 마치 누군가가 물감을 흩뿌린 것처럼.


비 오는 날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우산을 쓰고 빌딩들 사이를 걷는 사람들, 우산을 접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달려드는 사람들, 건널목 앞 그늘막에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다양한 색깔의 우산들은 마치 꽃밭처럼 거리를 채운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비를 피하려는 그들의 작은 노력의 표현이다. 빗속을 헤치며 달려가는 자동차들은 물웅덩이를 지나갈 때마다 거친 물보라를 일으킨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빗방울에 반사되어 빛나는 모습도 시선을 끄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TV 속 자동차 광고를 보듯이 다이내믹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다.


비 오는 날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불멍과도 비슷한 것 같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거리에 펼쳐진 수채화 같은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오롯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내 주위를 감쌀 뿐이다. 그렇게 평온이 찾아온다.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종종 나에게 이렇게 작은 행복을 선사한다. 평소에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고, 그 안에서 작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소소하기만 했던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빗방울이 온 세상을 적시고 있다. 홀로 카페에 앉아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창문 너머 비에 물들가는 세상을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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