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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Jul 10. 2024

시장에서 마주친 노부부

[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집에 과일이 똑 떨어져 아내와 함께 동네 재래시장에 갔다. 말이 동네 재래시장이지, 서울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청량리 청과시장이다. 시장은 여전히 각지에서 모인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우리 가족은 과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과일이 비어갈 때쯤이면 나는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간다. 주로 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가는 편이지만, 간혹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재래시장을 찾기도 한다. 대형마트는 쇼핑하기에 편리함을 주지만, 재래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뒤엉켜 치열하게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들 무리에 섞여 과일이나 채소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주인장과 가격 흥정을 하는 즐거움에 재래시장을 찾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장을 보는 길에 유독 다정하게 시장을 거니는 한 쌍의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여든의 나이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시장의 소음과 북적임 속에서도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서로 손을 꼭 잡고 발을 맞추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두루두루 구경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참외 가게 앞에서는 주인장이 건네는 시식용 참외를 서로에게 양보하며 맛보는 모습은 흐뭇함을 자아냈다. 그냥 노부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졌다.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그들 뒤를 따라 걸으며, 그들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함께한 세월 동안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어떤 추억들이 그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을지 말이다. 그들은 분명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서로에게 의지해왔을 것이다. 자녀들은 인자해 보이는 부모의 가르침 아래 장성하여 제 짝을 만나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춘의 사랑과 열정을 이야기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깊어지는 사랑은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며, 같은 추억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노부부의 모습에서 우리 부부의 미래를 떠올려 본다. 늙어서도 아내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도 훗날 늙으면, 저 노부부처럼 함께 손잡고 웃으며 장을 보러 다닐 수 있을까?"


아내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시장에서 구입한 수박과 자두를 그 어떤 날보다 맛있게 먹었다. 노부부를 보며 느낀 행복감에 과일 맛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한 손길, 그리고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이 달콤한 과일 맛과 함께 기억에 담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일생을 마무리한다면, 그 삶은 행복하고 후회 없는 삶일 것이다. 멀어져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부부도 그들처럼 살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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