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도 행복한 걸 어떡해?]
얼마 전부터 주말이 되면 아내의 도움으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라면만 끓일 줄 알던 내가 음식을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다 보니, <만개의 레시피>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다양한 음식의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레시피’라는 슬로건이 참 마음에 든다. 덕분에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취미 생활이 늘었다.
토요일 아침 햇살이 창가에 비출 때면, 우리는 이불 속에서 게으름과 함께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초짜 요리사가 만들기 쉬운 음식들 위주로 탐색하기 시작한다. 앱에는 수많은 레시피가 가득하고, 각각의 레시피마다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별점, 후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오늘은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사진과 평이 좋은 돼지갈비찜 레시피를 선택했다.
세면과 청소를 마친 후 우리는 재료 구입을 위해 마트로 향했다. 앱에 정리된 재료 목록을 확인한 후, 랩으로 포장된 돼지갈비 팩과 무, 당근, 양파, 대파, 버섯, 청양고추 등을 장바구니에 차례로 담았다. 아내에게 신선한 채소를 고르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장보기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아내는 요리의 첫걸음은 신선한 재료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집에 돌아와 주방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된다. 아내가 재료 손질을 시작하고, 나는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을 만드는 것이야 레시피에 나와 있는 대로 잘 섞기만 하면 될 일이다. 아내는 칼질이 서툰 요리 초짜에게 처음부터 재료 손질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럽단다. 아내가 채소를 썰고, 고기를 손질한 후 나는 이것들을 물로 깨끗이 씻었다.
돼지갈비찜은 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핏물을 잘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고기가 모두 잠길 만큼 냄비에 한가득 콜라를 붓고는 한 시간을 기다렸다. 핏물 빼기를 마친 후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되었고, 주방은 금세 분주해졌다. 냄비에서는 양념장에 담긴 돼지갈비가 보글보글 끓고, 이내 군침이 도는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아내에게 간을 봐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혼자 음식의 간을 맞추는 일과 가족들로부터 완성된 음식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싱거운데? 간장을 더 넣을까?’
‘어라~? 이거 짠데? 설탕을 더 넣을까?’
‘너무 다네? 물을 더 넣을까?’
조리하면서 간을 보는 내 모습에 아내는 오늘도 신기한 맛을 볼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짓는다.
‘아~! 오늘도 망했구나.’
이런 일은 내가 요리하는 주말이면 늘 있는 일이다.
간 맞추기가 끝나고 음식이 완성되면, 온 가족이 함께 밥상을 차리고 식탁에 앉는다.
“맛이 어때? 먹을만해?”
아내와 두 딸에게 묻는다.
“음.... 이 정도면 괜찮아.”
역시, 아내는 언제나 내 편이다.
“아빠,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야? 우리 아빠 어쩌면 좋지?”
딸들의 평가는 오늘도 냉정하다. 몇 숟가락을 떠먹다 보면 나 역시 딸들의 평가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맛을 살려 달라고 말이다. 난 오늘도 돼지갈비찜 요리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가족을 위해 내가 손수 준비한 음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오늘 식탁 위의 저 돼지갈비찜은 가족을 위한 내 노력과 사랑이 담긴 작품이다.
요리라는 새로운 취미를 통해, 음식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재료를 구입해 다듬고, 조리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식구들의 매 끼니를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달픔이 피부로 다가왔다. 매일 반복되는 이 일을 묵묵히 수십 년간 해내고 있는 아내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며, 고마운 마음이 든다. 가사 일은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제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요리하는 것은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 맛이 있건 없건 간에, 식구들을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 아닐까? 내가 새로운 레시피에 도전할 때마다 가족들은 작은 모험을 하게 되겠지만, 언젠가는 기필코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