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80-
가을에는 다른 것을 먹어야 해
지난해 이맘때쯤 역에서 작별하던 저녁
잘 자, 라고 건넨 인사에 담가둔 코트를
오늘 아침에서야 꺼내어 볕을 쬐이기 시작했어
한 차례 이사를 거쳐 늘어난 역 가는 길
보도블럭을 들추는 가로수들의 녹 묻은 손가락
녹슬지 않은 채 스스로 깊이 심고 있었어
그러니 아직은 이 도시와 운율이 맞지 않는 계절의
활자를 하나하나 집어 교정하며
더 선명해진 안녕, 으로 인사하기 위해
가을에는 다른 먹거리가 있어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