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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희 Dec 16. 2023

친정엄마...

엄마... 부르기만 해도 눈물 나는 이름

우리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고,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고 해서

내 육아는 끝난 게 아니다..


아이들이 8세 6세가 되어도

실상 엄마인 내 현실에는 변화가 없었다.

.

아이들이 이쯤 자라면

"육아"에서 해방되는 건 부부 들다가 아닌 아빠 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

근데 뭐 그동안 아이들 어릴 때 같이 잠 못 자고

아이들 안고 다니며 아빠로서 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건 인정하며 남편에 대한 분노(?)가 조금 약해졌을 뿐

.

여전히 주 1,2회 취미생활을 하러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은

마치 감옥에 같이 지내다가 출소일에 남은 사람들은 뒤로한 채

콧노래를 부르며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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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 뿐이지,

여전히 내가 해야 하는 집안일들은 그대로였다..

.

.

네 식구가 쏟아내는 빨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탁실에 쌓여가고..

뒤돌면 아이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

쓰레기들.

치워도 치워도 다시 더러워지는 집.

정리해도 정리해도 계속 나오는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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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등원하고 집 좀 치우고 딱 한숨 돌리고 있으면 하원시간.

그리고.. 다시 또 집은 초토화

그 짧은 시간에 아이들은 뭘 그리 꺼내다 놀고, 먹고, 벗어놓고

.

.

그러한 생활에 단비처럼 내게 구원이 돼준 건 다름 아닌..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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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구덩이에 빠져 허우덕 거리고 있는 나를 건져준 건 오직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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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하고 기꺼이 아이들을 봐준다며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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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버거운 하루를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흔쾌히 아이들을  봐주며 내 시간을 쓰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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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흔한 친한 엄마하나 없는 나에게는 또 어느 날은 친구가 되어주고, 말벗이 되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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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참 이상하지..

엄마한테 아이들을 맡기는 게 세상 가장 안심이 되면서도

나이 든 엄마 걱정이 동시에 되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생겨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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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세상 제일 편한 듯 편치 않게 되었다..

.

.

엄마는 손녀들과 있는 게 너무 좋고 즐겁다고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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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내 아이들을 보고 있는 엄마한테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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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엄마가 대신해주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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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처

엄마가 내 숙제를 대신해주고,

엄마 나 배고파 뭐 먹을 거 없어?

하면 금방 한상이 뚝딱 차려 나오고,

엄마 나 입을 옷이 없어!

투정 부리면 주말엔 같이 나가 옷을 사고,

이거 내가 오늘 입는다고 했는데 왜 안 빨아놨냐고 오만 지랄을 다 해도,

엄마는 묵묵히 옷을 빨리 빨아서 드라이로 말려서 입고 나가게끔, 만들어준... 내 유일한 해결사였다...

.

.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니까 내 엄마니까,

항상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엄마 역시 흔쾌히 평생을 딸 말이라면 그래주었던 사람..

언제나 내 짐을 대신 짊어진 사람.

.

지금도 여전히 무거운 건

너 어깨 아픈데 엄마가 든다고.. 괜찮다 하며 모든 걸 해주는 사람...


그런 우리 엄마가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

.

애들 밥 먹였어? 묻고

이내, 엄마 아빠는??

왜? 같이 먹지~

이따 가면서 뭐 먹고 싶은 것 좀 사갈까?

안 당겨도 먹어야지~ 아빠 좋아하는 거 그거 사갈까?

.

왜...

자꾸 엄마한테 아이들을 맡기는 게 미안해지고 어려워지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

나는 이제 아이 둘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까지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된 것...

.

이렇게

나도 역시...

내 엄마가 걸어왔던 여자에서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을 겪는 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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