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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희 Dec 19. 2023

나는 가족이 아닌가요?

매일 화만 내는 엄마와 아내는 늘 외톨이


우리 부부는..
우리가 낳아놓은 아이들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애들을 바라보며 하는 생각은 너무도 달랐다....
.

아빠의 눈에는 그냥 매 순간 모든 게 새롭게 보이는 아이의 모습들...
.
자주보지 못해서 그런걸까?
.
밥을 먹다가 딸아이의 긴 속눈썹에 감동하기도 하고,
말하는 입이 왜 이렇게 예쁘냐며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남편이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스럽게만 바라보는 동안에도
엄마인 나는 모든 게 걱정인형이다...
.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먼저 드는 건 모든 엄마들의 국룰일까...
.
힘들어서 오늘 더 안아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저녁준비 하는데 옆에 와서 조잘대고 신경 쓰이게 하는 아이에게 사소한 걸로 짜증 내고 큰소리 낸 게 미안하고,
밥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고,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잔소리로만 쏟아진다..
결국
오늘도 웃는 모습보다는 화내는 얼굴만 보여준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
아이가 콧물만 흘려도, 내가 옷을 잘못 입혀 보냈나?
아이 변비가 심해지면, 내가 너무 야채를 안 먹이나?
아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손을 안 잡아줘서, 혹은 맞지 않는 신발을 신겨서 그런가?
.
그냥...
아이의 모든 상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에 엄마 마음이 요동친다.
.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미숙한 엄마여서
내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건가...
.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못하는 게 당연해야 하는데도,
나에게는 엄격하다....
다른 잘하는 엄마들과 비교해 가며
매번 현명하지 못한 나를 탓하게 되었다..
.
결국은.. 엄마에게 육아란,
매 순간순간... 자기반성의 끝판왕이 되었다.....
.
육아를 하는 동안,
엄마의 마음엔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
그러다 보면 한 번 더 사랑한다 말해주고 웃어줘야 할 시간에,
아이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게 되고,
미안하다는 말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이건... 뭐 대역죄인의 육아가 되어버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한마디...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따뜻한 위로의 다독임이 내일의 육아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을...
.
우리 부부는 알지 못했다...
.
아이에게 왜 화를 내는지 이해를 못 하는 남편은,
화난 엄마에게서 아이들을 떼어내어
셋이 한편 먹고 방에 들어가 버리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 여긴듯했다.
.
그리고 방에선 아이들을 꼭 안고
자기 눈엔 예쁘기만 한 아이들을 달래기 바빴다..
.
.
난 늘 화를 내는 날에는 거실에 덜렁 혼자 남겨졌다.....
.
.
정작 달래줄 사람은...
떼 부리고 고집부린 아이가 아니고...
그 아이들로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내 화를 내가 못 이겨 버럭하고 울부짖는 아내라는 걸...
남편들이 이해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혹은 아예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
남편도 매일 혼나고,,
그런 자신 앞에서 혼나는 아이들도 자신과 동일시하며...
그냥... 아내가 나쁜 거다... 아내한테만 서운한거다...
.
아내는 가족을 혼내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정의 행복을 깨는 악마 같은 여자로 보였을 뿐..
.
.
지치고 힘든 아내의 어깨를 한 번만 안아줬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한 번만 토닥토닥해줬다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

그냥 한 곳을 바라보고 옆에서 같은 곳으로 걸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
.
오늘도 힘들었지?
자기는 진짜 잘하고 있어...
좋은엄마야..
라는 말 한마디로 마음만 만져주면 되는일이었다.
.
.
그걸 뒤늦게 깨닫게 된 애둘 아빠는
이제야 서툴게나마 자기 마음을 말하고 나를 다독여 준다..
.
.
그렇게 미성숙한 인간들이 엄마아빠가 되고,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
.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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