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취업준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이상 회사 입사를 위한 준비가 아닌, 습관처럼 공부할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아침 일찍 이 자리에 왔단 사실에 대한 안도감으로 변화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한 상황이 참으로 사실이라고 깨달았을 때 스스로에 대한 환멸감은 약간의 절망으로 바뀐다. 당장 정복하고 싶은 저 회사는 난공불락 성처럼 느껴지고, 저 성을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곳을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일상을 채우지 않는다면 너무나 불행할 것 같은 마음에 계속 그 끈을 놓지 못한다.
알량한 주변의 시선과 의식, 체면 때문에 명확한 목표로 시작했던 여정은 고집과 압집이란 괴물을 만들어 내어 인생과 시간을 좀먹는다. 공부를 하고 있단 행위 자체에 안정감을 두어 현실 가운데로 나가지 못했던 시간에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 스스로 기만하고 위로하여 더욱더 절망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책상에 앉아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질문할 땐 어둠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 쓸모없는 존재, 지금 죽어도 아무도 슬퍼해주지 않을 존재
머리와 어깨는 점점 아래로 향하고, 타인의 눈을 바라보기가 매우 어렵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확실히 절망이 맞다.
이러한 절망을 정독도서관에서 느꼈었다.
정독도서관은 어느 날엔 낭만을 어느 날엔 우울감을 줄지도 모른다. 시기를 잘 골라 찾아가야 할 곳이 아니라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정독도서관은 그 색을 달리 한다. 집에서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어찌 그리 열심히 다녔는지 지금으로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지만,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도서관 특유의 고즈넉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홀렸는지도 모르겠다.
고독과 외로움을 동반한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자포자기했던 상황에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준비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서관을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나 자신과 싸워 왔는지 모른다. 자기기만을 끊임없이 끊어냈어야 했고, 이룰 수 없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서 정신병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언가에 단단히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모든 것을 털고 나오자 비로소 현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됐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포기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단 걸 처음 배웠다.
지금 나에게 정독도서관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낭만을 느끼러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