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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16. 2024

가족들에게 특히 더 미안한 날


우리 집 식구들—아기, 강아지, 남편—은 모두 나를 귀찮게 한다. 잠드는 순간까지도 내 옆에 붙어 자려고 난리다. 몸이 하나라 보통 오른편에 아들, 왼편에 강아지가 자는데, 때때로 남편이 강아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고, 붙고, 매달린다. 아기와 강아지는 화장실 갈 때마다도 쫓아온다. 몸이 하나인 게 억울하다. 이들도 내 몸이 하나라 억울하겠지.


그래서 이들에게 자주 짜증을 낸다. 하지만 이들 없으면 가장 슬프고 외로워 할 것은 나다. 이들이 잠들면 사랑스러워서 깨우고 싶어 죽겠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곁에 있고 싶다. 이들은 언제나 한결같은데 나만 매일 부조리하다.


내가 이들을 원할 땐 달큼하게 입에 물고 있다가, 귀찮으면 목젖에 붙어 안 넘어가는 사탕 조각처럼 취급한다.


나는 이들의 마음을 죽어도 모를 거야. 온전히 사랑한다는 그 마음을 모를 거야. 내가 희생하고 베푸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사랑을 모르고, 이들은 그것을 내게 베풀고 있었다. 그래도 사랑을 알고 싶진 않다. 나 같은 사람을 그리도 사랑한다면 슬프고 끔찍할 것 같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야 직성이 풀리는데, 이들은 많이 주고 조금만 취한다. 내 몸이 세 개가 아니라 피곤했을 뿐이지, 각각 개인이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도 않았다.


매일 귀를 막고 등 돌리고 있는 내게 이들은 축복이었다. 오늘은 특히 신경질을 많이 부린 날이라, 이들 자는 게 더 사랑스럽고 안아주고 싶다.


나는 매일 새벽 2시에 잠들면서도 6시에 일어나길 바라며, 7시에 깨면 더 자고 싶어 10시에 일어나는 사람이며, 잘 잤다고 일어나서는 6시에 못 일어났다고 짜증을 내는 몹쓸 인간이다.


내가 이리도 부조리한 인간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을 때마다 목구멍에 알약이 걸린 듯 쓰고, 불편하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내일은 식구들에게 한 번도 짜증내지 않아야지. 귀찮은 티 내지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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