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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16. 2024

MBC드라마 극본 공모에 도전하다_아직 당선작 미발표


지난 4월,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 참여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단 보름 만에 8만 5천 자를 적어 제출했다. 나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서둘러 제출해서인지 제출 번호도 50번대였다.


공모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세 번의 공모전에 참여했지만 모두 당선되지 않았다. 공모전은 내게 불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고, 부정적인 영향만 미쳤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고 긴장감이 지속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글이 아니라 당선되기 위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리 중요성을 못 느끼거나 모르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이번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은 상금이 매우 컸다. 또한, MBC에서 내 시나리오가 방영된다면 정말 이만한 드라마가 없을 것이다. 공모전 소식을 듣고 무언가에 홀린 듯 써 내려갔다.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썼는데, 쓰는 족족 잘 맞아떨어지고 막힘이 없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대상 후보작이 곧 발표된다.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읽어봤다.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모두 재미있다고 했다(거짓말 탐지기는 해보지 않았다). 나는 지금 봐도 재미있다(내가 쓴 거라서). 하지만 중간중간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 등, 전에는 보지 못한 감점 요인들이 눈에 띈다. 내 머리에 있는 것을 남들도 알고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며 적은 듯하다.


총 지원 작품 수 2492편.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 상을 받을 두 사람이 나일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될 것이라 믿으며 한 가지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당선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이 시나리오를 소설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그냥 쓰는 것보다 이렇게 고쳐 쓰는 게 더 어렵다. 그냥 버리고 싶을 정도다.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 안에 있는 불안과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함일 것이다. 후보작에 올라가도 문제가 많다. 인터뷰를 해야 하고, 당선이 되면 1년간 개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나에게는 쥐약이다. 혹시 후보작으로 당선되면, 인터뷰를 메일이나 메시지로 하면 안 되냐고 묻고 싶다. 1년간 개발에 참여하는 일도 출근이 아니라 집에서만 하게 해 주면 하루 18시간이라도 글을 쓸 수 있다. 나 마치 복권 당첨도 안 됐는데 당첨금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사람 같다.


사실 내 시나리오 첫 장면에서, 영유아 아이들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다. 이런 시나리오가 MBC에서 방송될 리가 없지. 하하. 그래도 시나리오가 (내가 보기엔) 정말 재미있어서 그냥 버리긴 아깝다. 떨어지면 넷플릭스 같은 곳을 한두 번 더 두드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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